자수향 2009. 1. 18. 00:05

삼천 대천 세계는 작은 미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또한 작은 먼지 덩어리들이 모여 삼천 대천 세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실재하고 있는 이 하나의 덩어리를 보고 미진이라고, 세계라고 할 수 있지만 또한 미진이라고도, 세계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相을 지닌 것들의 본질인 이치와 밖으로 나타난 현상과의 관계도 그러합니다. 이치가 곧 현상이고, 현상이 곧 이치입니다. 그러면서 이치가 곧 상이 아니고, 상이 곧 이치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법신과 화신의 관계도 그러합니다. 법신이 곧 화신이고, 화신이 곧 법신입니다. 그러면서 법신이 곧 화신이 아닐 수도 있고, 화신이 곧 법신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본질과 현상은 하나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수보리야,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삼천대천세계를 부수어 작은 먼지로 만든다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작은 먼지들이 얼마나 많겠느냐." (須菩提 若善男子善女人 以三千大千世界 碎爲微塵 於意云何 是微塵衆 寧爲多不)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인가 하면 만약 이 작은 먼지들이 실로 있는 것이라면 부처님께서 곧 작은 먼지들이라고 말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까닭이 무언가 하면 부처님께서 설하신 작은 먼지들은 곧 작은 먼지들이 아니고 그 이름이 작은 먼지들입니다." (須菩提言 甚多 世尊 何以故 若是微塵衆 實有者 佛卽不說是微塵衆 所以者何 佛說微塵衆 卽非微塵衆 是名微塵衆)

광대 무변하고 영원할 것 같은 이 세계를 전부 다 갈아 아주 작은 먼지들로 부수어 버리면 모든 것이 형태도 없는 가루가 되어 버리고 세계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부수어 낸 미진도 어떠한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고 본질적으로 텅 비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세계를 갈아 부수어 낸 많고 많은 미진들도 미진들이 되지 못하는 것이고 단지 그 이름을 미진이라 하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설하신 삼천대천세계는 곧 세계가 아니고 그 이름이 세계입니다. 왜냐하면 만약 세계가 실로 있는 것이라면 곧 한 덩어리의 모양이나, 여래께서 설하신 한 덩어리의 모양도 한 덩어리의 모양이 아니고 그 이름이 한 덩어리의 모양입니다." (世尊 如來所說三千大千世界 卽非世界 是名世界 何以故 若世界 實有者 卽是一合相 如來說一合相 卽非一合相 是名一合相)
"수보리야, 한 덩어리의 모양이란 이를 말할 수 없거늘 다만 범부들이 그일에 탐착할 뿐이니라." (須菩提 一合相者 卽是不可說 但凡夫之人 貪着其事)

본래가 空한 작은 미진들이 결합되어 이루어진 삼천대천세계도 당연히 본질적으로 공합니다. 그러니 세계를 세계라 할 수 없고 단지 그 이름을 세계라 할 뿐입니다. 세계를 가루로 내건 가루를 모아 세계를 만들건 반야의 관점에서 볼 때는 모두 공해서 가루라 할 수도 없고 세계라 할 수도 없습니다. 이름을 그렇게 붙여 부를 뿐입니다.

다시 말하면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이고,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 즉 理가 곧 相이고 相이 곧 理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지가 되는 것도 현상에 매여서는 되지 못합니다. 미진과 세계를 하나로 뭉쳐 완전한 하나의 모양이라고 하나 미진도 실로 있는 것이 아니고, 세계 또한 있는 것이 아니므로 따라서 완전한 일합상도 완전히 있다 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그저 말이 하나의 모양이라는 것입니다.

이치와 현상이 둘이 아니고 본래 하나다, 즉 파도가 곧 물이고 물이 곧 파도다 하는 말이 진리에 접근한 것 같지마는 또 그것에 한정지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空과 相이 함께 있는 모습이 통일되어 있는 모습이고 가장 합리적인 진리이며 우리들의 인생이다 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도 말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들 사변으로 헤쳐 보고 헤쳐 보아 생각이 이르러 볼 수 있는 데까지 이르러 본 것이 '理가 곧 相이고, 相이 곧 理이다' 하는 것입니다. 理와 相이 둘이 아니고 하나이다 하는 것입니다마는 이것마저도 탐착할 것이 못 된다는 것입니다.

                                                                                                       무비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