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과잉과 결함을 고쳐야 할 때
지금은 시장의 과잉과 결함을 고쳐야 할 때
책읽는 즐거움 2009/03/14 08:00 최재천
오바마의 신뢰게임
대통령 취임 1개월에 대한 뉴스위크 기사의 제목입니다. 자신감 넘치고 솔직하지만, 때론 곡예 실력이 필요하다고 했네요. 참고로 몇군데만 인용합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3년 은행을 임시 폐쇄하면서 ‘은행휴일(bank holiday)'이라고 마치 축제처럼 말했다. 은행의 부실자산을 처리하고 관리하는 업체는 '수호기관(conservers)'이라고 불렀다.”
“미국은 오랫동안 그 균형을 찾지 못했다. 금융계나 정계(공화당과 민주당을 불문하고)의 엘리트들은 ‘시장은 실수를 하지 않는’ 비범한 힘을 가졌다고 너무 오랫동안, 그리고 지나치게 확신했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플라스틱(신용카드)이 현금이며, 연봉이 4만 달러라도 50만 달러짜리 집을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시장의 무오류가 아닌, 시장은 실수를 하지 않는 비범한 힘을 가졌다고 믿었다는 표현이 너무 멋지죠. 시장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다시 읽어봐도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미국의 천재 래리 서머스(Larry Summers)에 대한 기사가 뒤를 이었습니다.
“클린턴 정부의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과 훗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을 지낸 블라인더가 말했다. ‘초기에 우리는 클린턴 정부가 한국 같은 나라에 대해 대규모 자본 자유화를 추진해야 하는지를 놓고 아주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서머스가 이겼다). 나는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도 기사가 나왔었지만, IMF 때 혹독한 해법을 제시했던 사람이 서머스였습니다. 하버드 총장으로 갔다가 혼이나기도 했었지요. 친가쪽 외가쪽 모두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즐비하고, 16살 때 MIT에 갔고, 28살에 하버드대 최연소 종신교수가 되고, 그래서 1등 증후군에 빠져있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오바마를 만나자마자 브리핑이 너무 훌륭해서 오바마는 눈을 떼지 못할 정도가 되었고, 지금도 대통령이 정말로 서머스를 좋아하고 있고, 서머스는 지금도 버릇대로 이를테면 ‘83% 확신한다'는 식으로 자신의 전망에 확률을 붙이는 습관을 계속하고 있고, 그러면 대통령이 확신한다는 게 83%요? 아니면 82.5%요? 라며 농담하곤 한다네요.
서머스는 매일 오바마와 얼굴을 마주하고 회의를 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온전한 금융 무규제주의자였는데, 오바마 행정부에 들어가기전 마지막 칼럼에서 “지금은 정부의 역할을 강화해 시장의 과잉과 결함으로부터 시스템을 구제하는 쪽으로 중심추가 이동해야 할 때”라고 썼답니다. 동의합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아무리 자유시장을 외쳤던 이들이라 할지라도, 지금은 과잉과 결함을 뜯어 고쳐야 할 때입니다. 아무리 신자유주의를 신봉하고, 자유무역을 완벽하게 주장하는 한국의 재벌들이나 관료라 할지라도, 지금 이 시점에서만큼은 이 말을 명심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