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옮기기-50회
(4) 법좌
"세존이시여, 나는 크샤트리아(무사) 출신의 왕이어서, 죽여야 될
사람은 죽이고, 재산을 몰수해야 될 사람은 몰수하고, 추방해야 될
사람은 추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재판에 임했을 때 흔히 내
이야기를 방해하는 이가 있습니다. 내가 재판에 임했을 때에는 내
이야기를 방해한다든지 지장을 주든지 하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
하건만 전혀 효과가 없습니다.
그런데 세존이시여, 세존의 제자들을 보옵건대, 세존께서 몇 백이
라는 대중을 상대로 법을 설하실 때, 세존의 제자들은 기침소리
하나 내지 않습니다. 언젠가 세존께서 수백명의 제자들에게 법을
설하실 때 , 한 비구가 기침 소리를 낸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다른
비구가 무릎으로 그 비구를 건드리면서 말했습니다.
'고요히 해. 소릴 내지 말아. 우리 스승께서 이제 법을 설하시니.'
세존이시여, 그 모양을 보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이는 참으로 희유한 일이다. 도장(刀杖)을 쓰지 않는데도 대중이
이렇게 통제될 수 있다니!'
세존이시여, 나는 이런 대중을 본 적이 없습니다.'
([중부경전] 89 법장엄경, 한역동본, [중아함경] 213 법장엄경)
붓다와 그 제자들의 일상 생활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여기에 인용한 일절은 [중부경전]89'법장엄경'에 나타나 있는 코사라 국왕 파세나디의 술회의 일부분이다. 어느 날 성 박에 나가 아름다운 교외의 풍경을 즐기고 있던 이 왕은 갑자기 붓다를 만나 보고 싶은 생각이 났다. 신하들에게 물었더니 붓다는 지금 메두룬바라는 샤카족의 마을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달려 오늘 안에 도착할 수 있다고 생각한 왕은 곧 마차에 올랐다.
그러나 왕이 그 마을에 도착한 때에는 모두 문들을 닫아 건 밤중이었다. 왕이 기침을 하면서 정사의 문을 두드렸더니, 붓다가 친히 나와서 문을 열어 주었다. 왕은 엎드려 그 발 밑에 절하면서 말했다.
"세존이시여, 저는 코살라의 파세나디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파세나디입니다."
붓다도 물론 반가와하면서 이 뜻하지 않은 손님을 방으로 안내 했다, 이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만난 것은 붓다가 전도를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던 시절의 일이다. 그 때 붓다의 나이는 아마도 38살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경전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파세나디는 붓다와 동갑이었다고 하니까, 젊은 두 사람의 대면은 날카로운 문답으로 시종되었을 것이 예상된다.
"고타마여, 그대는 최고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자처한단 말입니까?"
아닌게 아니라 왕은 사뭇 힐문하는 어조로 나왔고 , 붓다는 붓다대로
"이 세상에서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나요."
라고 하며 맞섰다. 그러나 파세나디는 자기와 동갑인 젊은이가 그런 성자라는 것을 좀처럼 인정하려고 들지 않았다. 그는 저명한 사상가의 이름들을 열거하면서, 그들도 최고의 깨달음을 얻었다고는 말하지 않았음을 들어
"고타마여, 그대는 나이도 어리고 출가한 지도 얼마 되지 않은가?"
라고 반박했을 때, 붓다는 불과 뱀과 왕과 성자는 나이로 말미암아 경시될 수 없다고 대답했다. 백년을 내려온 불이나 오늘 난 불이나 무엇을 태우는 위력은 마찬가지이며, 따라서 도와 나이는 아무 관계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지도 어느 덧 40년, 붓다에게 귀의하는 왕의 심정은 해가 거듭될 수록 깊어졌거니와 그날 밤 왕은 그러한 마음을 붓다 앞에 털어 놓고 그 이유를 몇가지 들었다. 그것들은 모두가 왕 자신이 친히 듣고 본 이야기들이었으므로, 붓다와 그 제자들의 생활을 엿보는데는 더 없이 귀중한 자료가 되는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