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휴게실/자수향의 돋보기 세상

유창선의 시선"노무현과 강희남"

자수향 2009. 6. 8. 05:52





1990년대 통일운동을 이끌었던 재야 원로 강희남 목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자살하기 전 남긴 유서를 통해 "지금은 민중 주체의 시대다. 4.19와 6월 민중항쟁을 보라. 민중이 아니면 나라를 바로잡을 주체가 없다. 제2의 6월 민중항쟁으로 살인마 리명박을 내치자"라는 말을 남겼다.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에 대한 항거의 뜻으로 죽음을 택한 것이다.


강 목사의 죽음은 그렇지 않아도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의 민주주의 후퇴와 남북대결 상황에 반발하던 각계에 적지않은 파장을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6.10 범국민대회를 앞두고 있는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반정부 목소리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죽음을 택한 데 따른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재야 원로가 또 다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은 참으로 비통한 일이다.


사진=오마이뉴스

물론 우리는 그것이 개인적인 이유이든, 아니면 정치사회적인 이유이든, 어떤 이유에서라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미화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생명의 윤리이다. 싸우려면 살아서 싸워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래서 지난 번 노 전대통령 때 그러했듯이, 현정부 지지세력을 중심으로 강 목사의 자살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올 것이다. 벌써 인터넷에서는 강 목사의 죽음을 가리켜 ‘선동’이라는 표현을 쓰며 비판하는 댓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우리는 자살이라는 행위 자체에 동의할 수 없고, 그래서는 안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치적 상황에 내몰려 죽음으로 자신의 뜻을 밝히고자 했던 행위를 폄하하거나 매도하는데 또한 동의할 수 없다.


자살 행위에 대한 비판에 앞서 우리가 심각하게 되돌아보아야 할 것은, 노 전 대통령이나 강 목사 같은 사람들을 자살의 길로 내몰았던 정치적 상황이다. 개인이 죽음을 통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정치상황에서 있는 일이다.


과거 박정희 정권 혹은 5.6공 정권 시절에 있었던 여러 죽음들이 그러했다. 소통이 단절되고 다른 의사표시의 방법이 여의치않을 때 이런 행동이 있곤 했었다. 지금이 과거에 비유되는 그러한 시기라면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상황이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강 목사의 죽음은 동기나 배경에 있어서 커다란 차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지극히 비정상적인 정치상황이 초래한 비극적인 죽음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자신의 뜻을 알리기 위해 죽음을 택해야 하는 사회, 산 사람의 목소리는 듣지않고 죽으며 던지는 목소리에야 귀기울이는 사회,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은 잇달은 죽음을 진지한 성찰로 대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의 정치적 죽음이 생겨나지 않도록 말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