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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을 따르지 않는 자는 사탄의 세력이요”

자수향 2009. 6. 17. 07:09

이책은 지금 (위클리경향) 2009/06/13 08:00 최재천
한국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

                                                           김선주 지음, 삼인 펴냄


“비난과 비판을 분간하지 못하는 독자에게는 이 책은 위험한 안티 기독교 서적으로 곡해될 것이다. 교회와 목회자를 비판하는 것을 죄악시하거나 ‘안티 기독교’ 또는 ‘사탄의 전략’쯤으로 치부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분노를 일으킬지도 모른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교회를 비판하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는 특별한 용기가 필요하다.

부끄럽지만 서평마저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건물 없고 헌금 없는 실험교회를 계획 중인 신학자 김선주가 <한국 교회의 일곱가지 죄악>(삼인)을 펴냈다. 한국 교회의 내부 문제를 일곱 가지로 분류했다. 잘못된 목회자의 권위와 이념에 발목잡힌 교회, 상품화된 설교와 영성, 형식화된 복음, 잘못된 전도방식, 윤리 없는 헌금 등이다. 개신교 근본주의, 반공주의, 정치적 행동주의, 더 본질적으로 정교분리의 원칙이란 관점으로 통독했다. 한 달에 한두 번 동네 교회에 나가는 신앙심만으로 책 전체를 이해하고 평하기엔 용기보다 겸손이 더 필요했다.

헌법은 정교분리원칙을 선포한다. 첫째는 정치의 종교화, 즉 정치인의 신격화 내지 정치권력의 우상화를 막겠다는 의도다.

둘째는 종교의 정치화, 즉 신앙실천의 자유가 정치활동화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종교와 정치의 세계가 각기 독자적으로, 각각의 생활질서를 형성해나가게 하려는 데 있다. 저자는 신학적 검증 없이 장로 이명박에 한 줄로 선 지난 대선 당시 교회와 교회 지도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종교의 정치화도 뉴라이트 운동처럼 본래 미국산이었던가. 2000년 이후 미국사회가 지나치게 근본주의화하는 데 대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염려가 있다.

“종교적 보수주의자와 정치적 보수주의자가 서로 합세하여 종교와 정치가 서로 결탁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예전까지 높이 평가받던 종교와 정치의 분리는 실종되고 말았다.”(<예수님이 대통령이라면>, 두란노)

저자의 문제의식은 한국 교회 그 자체다. 그러나 읽다 보니 ‘보수적 개신교의 정치·사회적 행동주의’에 특별히 주목하는 것 같다. 2007년 한신대 강인철 교수가 펴낸 <한국의 개신교와 반공주의>(중심)라는 대작이 있다. 강 교수는 그 책에서 개신교 반공주의를 재생산하는 네 가지 기제를 정리했다. 그중 하나가 제도적 이익이라는 관점. “교회는 반공주의적 태도와 실천을 견지함으로써 정부 혹은 파워엘리트 집단으로부터 제공되는 다양한 물적·이데올로기적 이익들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선주는 더 직설적이다. “한국 교회가 교회의 조직과 교의를 통해 순교자들을 팔아 반공주의를 확대하며 친일·친미·반공의 이데올로기를 확대재생산했다면 이들은 이제 교회와 하느님의 이름으로 현실 정치판에 뛰어들어 권력을 직접 소유하려 한다”는 것이다. 개신교 보수세력의 정치·사회적 행동주의가 사회운동 차원을 넘어 정치운동이 됐고, 헌법적 표현을 빌자면 정교분리의 원칙에 대한 심각한 위협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역시나 국가보안법식 이분법이 교회에서도 문제였다. 한국 교회는 “내 말을 따르지 않거나 우리 편에 속하지 않으면 사탄의 세력이요, 빨갱이며, 내 말을 따르거나 우리 편에 속하면 구원받는다는 도식으로 사람의 영혼을 사로잡으려” 한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단순논리가 교회의 본질과 성경의 가르침에서 멀어지게 했다. 소유권 절대주의는 시장근본주의에 닿았고, 반공주의를 통해 보수주의와 손을 잡고 세속화의 길을 재촉하며 한국 보수 기독교계는 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어느 순간 정치세력화하고 말았다. 종교의 정치화다. 정치의 종교화다. 정교분리원칙의 심각한 훼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