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대한민국의 상위 10%를 대변하는 정권이다. 저들만의 민주주의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바로 그래서다. 차분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상위 10%가 나머지 90%를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통제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상위 10%의 단결, 나머지 90%의 분열이 그것이다.
상위 10%는 저들만의 민주주의를 위해 90%의 분열을 획책해왔다. 바로 그렇기에 노동운동에서 단결은 가장 중요하다. 그럼에도 생게망게한 일이다. 그 명쾌하고 당연한 명제가 언젠가부터 ‘의심’받고 있다. 아니, 단결을 제안하면 조소부터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단결을 제안하면 조소부터 던지는 사람들
하지만 어떤가. 냉철하게 톺아보자. 비단 울산 북구 선거만 단결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게 아니다. 진보정치 세력에게 분열이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이미 2008년 4월 총선이 뼈저리게 입증해주지 않았던가.
물론, 갈 길은 멀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이에 깊어진 감정의 골을 메우기도 쉽지 않을 터다. 실제로 민주노총의 ‘진보정당세력 통합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진보신당을 찾았을 때 논쟁이 불거졌다. 진보신당 쪽은 “통합이 되기 위해서는 해소할 장애물들이 많다”며 “단순히 1년 전으로 돌아가는 통합이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어떤가. 실망하거나 비난할 문제가 아니다. 진보신당의 반응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진정 통합이 가능하다. 민주노동당과 갈라져 나온 진보신당으로선 다시 통합하려면 그에 합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아무런 변화 없이 통합을 강조하는 것은 진정성도 없으려니와 제3자에게는 민주노동당에 진보신당이 흡수되는 상황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진보신당 쪽의 우려가 그것이다.
진보정당 단순히 돌아가는 통합은 불가능
연대로 울산북구에서 진보세력이 얻어낸 국회의원 1석은 그 자체로 소중하지만, 두 당이 마음을 열고 만나지 못할 때 통합에 부정적 기능을 할 수도 있다. 무조건 통합하자는 당위론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왜 통합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섬세한 현실론이다.
우리가 주목할 현실은 분당 이후 노동현장에서 정치활동이 주춤해있고, 조합원들이 냉소적이라는 데 있다. 그래서다. 민주노총의 진보정당 통합 추진사업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뜻을 모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기실 민주노총 조합원들 사이에도 정치적 성향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더 정직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진보정당 통합 이전에 과연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얼마나 ‘통합’해있는가, 얼마나 단결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옳지 않을까.
비단 두 진보정당의 통합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노동해방 의식을 얼마나 공유하고 있는지, 노동해방의 구체적 상과 정책들을 얼마나 학습하고 있는지, 노동운동과 진보정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얼마나 토론하고 있는지 짚어볼 때다.
당면투쟁 성과 위해서도 학습동아리 필요
당면한 투쟁에서 한발 물러서자는 뜻이 전혀 아니다. 당면 투쟁에서 또렷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일상적 학습과 토론 모임이 절실하다. 진정 우리가 어떤 사회를 추구하는지, 그 사회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학습하고 토론하는 일은 그 자체가 조직의 과정이다.
진보정치세력의 연대와 단결의 과정은 이 땅의 노동자들이 거듭나는 길과 이어져있다. 바로 그곳에 저들의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길이 있다.
*이 글은 민주노총 기관지 <노동과세계>에 <단결의 길>이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입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독자로 쓴 글이지만 모든 민주시민과 함께 나누고 싶어 블로그에 올립니다.
도란도란휴게실/자수향의 돋보기 세상
10% 대변하는 정권 앞에 90%는?
자수향
2009. 8. 2. 18:49
시사비평 2009/07/03 07:30 손석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