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란 무엇인가요/불교입문

부처님의제자-마하가섭

자수향 2008. 12. 19. 11:51

마하 깟사빠 존자

‘두타행’자들 중 으뜸


마하 깟사빠(Maha- Kassapa) 존자는 부처님의 제자들 중에서 “두타행을 하는 자들 가운데 으뜸”으로 알려져 있다.

마하 깟사빠를 한역대장경에서는 마하가섭으로 번역하였다. 이름 중에 ‘마하(maha-)’라는 수식어는 부처님 제자들 중에서 동명이인이 많았기 때문에 구별하는 의미로 붙였다. 그리고 실제로도 위대한 수행자로 평가 받을 만했기 때문에 붙여진 별호로 볼 수도 있다.

존자는 마가다국의 마하띳타(Maha-tittha) 마을의 바라문 가문 출신이다. 아버지 카필라(Kapila), 어머니는 쑤마나데비(Sumana-devi)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어렸을 적 이름은 삡빨리(Pippali)였다.

존자의 부모들은 아들이 빨리 결혼하기를 바랐으나 존자는 결혼할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부모님이 결혼을 강권하자 존자는 하는 수 없이 자신이 만든 조각과 똑같은 여인이 있다면 결혼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조각물을 만들어 부모에게 드렸다.

존자의 부모는 전국에 사람을 보내어 수소문 하던 중 싸갈라(Sa-gala) 지역에서 조각과 흡사하게 닮은 처녀를 찾아냈다. 그녀의 이름은 받다 까삘라니(Bhadda- Kapilani)로 부처님께서 인정한 비구니 십대제자의 한사람이 되었다.

 

부처님 보다 20년 연상으로 알려져

120세까지 살며 1차 경전결집 주도

삡빨리와 까삘라니 두 사람은 모두 결혼에는 뜻이 없었지만 양가 부모님들의 강권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혼식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첫날밤에 서로의 합의 하에 청정한 삶을 유지하다가 출가하기로 약속하였다. 그리고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까지만 명목상의 부부로 함께 지내기로 남몰래 서약했다.

마하 깟싸빠 존자의 집안은 60여 개의 호수를 소유할 정도로 엄청난 부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들에 나가 농장을 돌아보던 존자는 쟁기질을 하는 논에서 새가 벌레를 쪼아 먹는 것을 보고 그것이 자신의 죄업임을 알고 출가를 결심하였다. 아내 까삘라니도 까마귀들이 곤충을 잡아먹는 모습을 보고는 삶에 회의를 느껴 출가를 결심하였다.

10여 년을 함께 살면서도 청정한 삶을 유지하던 두 사람은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출가를 결행하였다. 그들은 함께 서로의 머리를 잘라 주고 발우를 들고 집을 떠나 수행자의 길로 들어섰다. 존자는 마가다국의 수도 라자그하의 웰루와나 즉, 죽림정사에서 부처님을 만나 뵙고 제자가 되었다. 까삘라니는 죽림정사 근처의 띳띠야마나 지역에 머물다가 비구니 승가가 결성되면서 부처님의 제자로 교단에 입문하였다.

마하 깟사빠 존자가 어떤 수행자였는지는 쌍윳따니까야 제16 깟사빠 쌍윳따에 상세하게 나타나 있다. 존자는 부처님보다 20년 연상으로 알려져 있다. 부처님께서 세수 80에 열반에 드실 때 존자는 100세였으며, 이후 20년 동안 세수 120세의 천수를 마칠 때까지 교단의 가장 큰 어른으로서 제1차 경전 결집을 주도하였다.

또한 부처님께서 열반하셨을 때 여러 나라들이 사리를 두고 다툼을 벌이자 이를 중재하여 전쟁을 방지하였다.

마하 깟사빠 존자와 관련된 이야기로는 두타수행, 이심전심의 염화미소, 반분좌, 곽씨쌍부 등이 상세하게 전해지고 있다. 부처님은 수행자들의 표본으로 마하 깟사빠 존자를 예로 들어 가르친 사례들이 아함경에서 종종 나타나고 있다.

존자는 특히 북방불교에서 전법(傳法)의 상징이자 수행 전통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김응철 / 논설위원ㆍ중앙승가대 교수

 

 

 

 

 

마하 깟사빠 존자②

번뇌를 털어버린 수행 ‘일관’

 


강원도 동해 삼화사에 가면 신선들이 노닐 만큼 아름다운 무릉계곡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절경을 감싸고 서 있는 산이 두타산이다. 두타산은 마하가섭존자의 두타 수행법을 후세에 전하고자 붙여진 이름이라고 생각된다.

두타(頭陀, dha-ta)라는 말은 “(번뇌망상을) 흔들어서 털어버린다”는 의미이다. 두타수행은 의식주의 일상생활에서 소욕지족을 실천함으로써 탐욕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수행법의 하나이다. 두타수행은 불교 교단설립 초기에 부처님께서 설하신 출가자들의 일상생활이었다. 두타수행의 실천방법은 12가지로 요약되는데 이는 계율을 청정하게 지키고 선정을 닦아 올바른 진리를 체득하기 위한 정진의 한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부처님의 제자들 가운데 마하가섭 존자는 두타 수행법을 가장 잘 실천한 제자들 중 한사람이었다. 12두타행법은 의식주 등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수행자의 의복은 ‘저폐납의, 단삼의’ 등 두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저폐납의는 항상 버려진 헌옷이나 누더기를 빨아서 기워 입는 것이고, 단삼의는 내의, 중의, 상의 등 세벌만 소유하는 것을 말한다.

 

소욕지족 ‘실천’… 탐욕 벗어나

계율 청정하게 지키고 선정 닦아



수행자의 음식과 관련된 두타행은 ‘상행걸식, 차제걸식, 수일식법, 절양식, 중후부득음장’ 등 다섯 가지 원칙이 있다. 상행걸식은 항상 걸식으로 생활하는 것이고, 차제걸식은 차례대로 일곱 집만 걸식하는 것을 말한다. 수일식법은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절양식은 발우 안에 든 음식으로 만족하고, 중후부득음장은 정오가 지나면 과실즙이나 꿀 등 음료를 먹지 않는 수행법이다.

수행자가 머무는 장소는 ‘재아란야처, 총간주, 수하지, 노지좌, 단좌불와’등의 다섯 가지 원칙을 지킨다. ‘재아란야처’는 마을에서 떨어진 산속이나 광야의 한적한 곳에 아란야라는 간단하게 만든 처소에서 머무는 것이다. 아란야가 없을 경우에는 무덤가에서 머무는 총간주, 나무 아래에서 머무는 수하지, 큰길 등 노지에서 머무는 노지좌 등을 지킨다. 그리고 두타수행자는 눕지 않고 앉아서 머무는 단좌불와를 지켜야 한다.

이와 같은 열두 가지 두타행은 사실 수행이라기보다 생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생활 속에서 매일같이 그리고 죽을 때까지 두타행을 실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부처님께서는 마하가섭 존자가 “이미 몸이 늙고 쇠약하여 누더기 옷이 무거우므로 가볍고 부드러운 옷을 입을 것”을 권한 바가 있다. 이에 대하여 존자는 “이미 오랫동안 아란냐를 익혔고, 아란냐와 누더기를 걸치고 걸식하는 것을 찬탄해 왔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부처님은 “그대는 어떤 의미를 살폈기에 아랸냐를 찬탄하고 누더기 옷을 입고 걸식하는 것을 찬탄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존자는 “현생에서는 몸과 마음의 걱정 없이 기쁨을 누리며 편안하게 살 수 있고, 미래에서는 중생을 위해 밝은 등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했다.

부처님은 두타행에 대하여 “만일 두타법을 비방하는 사람은 나를 비방하는 것이요, 두타법을 찬탄하는 것은 나를 찬탄하는 것이니라”라고 말씀하시면서 마하가섭 존자를 칭찬했다. 두타행은 ‘삶 그 자체가 수행이며 선정과 지혜의 씨앗’임을 몸으로 체득하는 수행법이다.

 

 

마하 깟사빠 존자③

20여년동안 교단 이끌어

 

 


완전한 열반에 들어야 할 시간이 가까워오는 것을 알고 계셨던 부처님께서는 마하 깟사빠와 아난존자에게 종단의 미래를 부촉하셨다. 부촉이란 부탁하여 맡긴다는 의미로 제자로서는 의무감을 갖고 이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부처님은 두 존자를 곁으로 불러 다시금 당부하셨다.

“내 나이 이미 여든이나 되어 머지않아 대열반에 들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나의 법을 깟사빠와 아난다 두 비구에게 부촉할 것이니 잘 기억하고 외워서 세상에 널리 전파하도록 하라. 나의 가르침을 널리 전파하는 것을 방해하는 자는 누구라도 험악한 세상에 떨어질 것이니라.”

이 말씀을 들은 마하 깟사빠 존자는 “제자들 가운데 신통력이 뛰어난 사람들도 많은데 왜 그들에게 부촉하지 않으시고 저희들에게 말씀하시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다시 여쭈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두 사람만큼 법을 잘 지킬 사람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셨다.

마하 깟사빠 존자는 두타수행에 제일이었고, 아난다 존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이해하고 외우는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였다. 이 두 제자는 교단에서 수행이나 연배 등의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대중들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지도력을 갖추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한때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 마하 깟사빠 존자가 찾아와서 다음과 같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전에는 계율로 정한 것이 적었지만 수행자들이 즐겁게 배웠는데, 지금은 많은 계율을 정해도 즐겁게 배우는 이들이 적은 까닭이 무엇입니까?”

 

부처님의 부촉받아 정법실천 ‘오직 한길’

수행집중하며 교단화합…종지종풍 선양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지금은 명탁, 번뇌탁, 겁탁, 중생탁, 견탁의 시대라 중생들의 선법이 줄었기 때문에 내가 많은 계율을 정해도 즐겁게 배우는 이들이 적게 되었다”라고 설하셨다. 그리고 다시 비유로서 말씀하시기를 “법이 무너지려 할 때는 진짜 보물이 아주 없어지지는 않았으나 갖가지 유사한 가짜 보물이 세상에 쏟아져 나오고, 가짜가 판을 치게 되면 진짜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나의 정법이 소멸하려 할 때는 정법과 유사한 법들이 나오고 그러한 법들이 넘쳐나면 정법은 곧 사라지고 만다”라고 우려를 표명하셨다.

인간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여러 가지 사회 및 자연 환경적 요인들이 발생하고, 번뇌와 망상을 일으키는 요인들이 작용하면 시대가 혼란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중생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견해도 혼란해져 결국 오탁악세의 세상을 만들어 낸다.

이와 같은 상황이 되면 사악한 중생들이 세상에 나와 악행을 일삼게 되고, 법이 아닌 것을 법이라 하고, 계율이 아닌 것을 계율이라고 말하고, 유사한 법을 다루는 책자와 뜻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 이러한 부처님의 가르침은 마치 오늘날의 상황을 그대로 설명하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 부처님은 정법이 사라지는 과정에서는 다섯 가지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씀하셨다.

그 다섯 가지 현상이란 “수행자들이 훌륭한 스승을 공경하거나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자기 마음을 낮추어 공양하지 않고, 법을 받들어 실천하지 않고, 교단의 질서를 어지럽히면서 수행에 힘쓰지 않고, 마음을 집중하는 공부를 게을리 하는 것” 등이다.

마하 까사빠 존자는 부처님의 부촉하신 말씀을 명심하면서 20여 년 동안 교단을 이끌었다. 그리고 많은 수행자들이 훌륭한 선지식을 자주 찾아 설법을 듣고, 하심하고, 정법을 실천하며, 교단의 화합을 도모하고, 수행에 집중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