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동해 삼화사에 가면 신선들이 노닐 만큼 아름다운 무릉계곡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절경을 감싸고 서 있는 산이 두타산이다. 두타산은 마하가섭존자의 두타 수행법을 후세에 전하고자 붙여진 이름이라고 생각된다.
두타(頭陀, dha-ta)라는 말은 “(번뇌망상을) 흔들어서 털어버린다”는 의미이다. 두타수행은 의식주의 일상생활에서 소욕지족을 실천함으로써 탐욕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수행법의 하나이다. 두타수행은 불교 교단설립 초기에 부처님께서 설하신 출가자들의 일상생활이었다. 두타수행의 실천방법은 12가지로 요약되는데 이는 계율을 청정하게 지키고 선정을 닦아 올바른 진리를 체득하기 위한 정진의 한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부처님의 제자들 가운데 마하가섭 존자는 두타 수행법을 가장 잘 실천한 제자들 중 한사람이었다. 12두타행법은 의식주 등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수행자의 의복은 ‘저폐납의, 단삼의’ 등 두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저폐납의는 항상 버려진 헌옷이나 누더기를 빨아서 기워 입는 것이고, 단삼의는 내의, 중의, 상의 등 세벌만 소유하는 것을 말한다.
소욕지족 ‘실천’… 탐욕 벗어나
계율 청정하게 지키고 선정 닦아
수행자의 음식과 관련된 두타행은 ‘상행걸식, 차제걸식, 수일식법, 절양식, 중후부득음장’ 등 다섯 가지 원칙이 있다. 상행걸식은 항상 걸식으로 생활하는 것이고, 차제걸식은 차례대로 일곱 집만 걸식하는 것을 말한다. 수일식법은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절양식은 발우 안에 든 음식으로 만족하고, 중후부득음장은 정오가 지나면 과실즙이나 꿀 등 음료를 먹지 않는 수행법이다.
수행자가 머무는 장소는 ‘재아란야처, 총간주, 수하지, 노지좌, 단좌불와’등의 다섯 가지 원칙을 지킨다. ‘재아란야처’는 마을에서 떨어진 산속이나 광야의 한적한 곳에 아란야라는 간단하게 만든 처소에서 머무는 것이다. 아란야가 없을 경우에는 무덤가에서 머무는 총간주, 나무 아래에서 머무는 수하지, 큰길 등 노지에서 머무는 노지좌 등을 지킨다. 그리고 두타수행자는 눕지 않고 앉아서 머무는 단좌불와를 지켜야 한다.
이와 같은 열두 가지 두타행은 사실 수행이라기보다 생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생활 속에서 매일같이 그리고 죽을 때까지 두타행을 실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부처님께서는 마하가섭 존자가 “이미 몸이 늙고 쇠약하여 누더기 옷이 무거우므로 가볍고 부드러운 옷을 입을 것”을 권한 바가 있다. 이에 대하여 존자는 “이미 오랫동안 아란냐를 익혔고, 아란냐와 누더기를 걸치고 걸식하는 것을 찬탄해 왔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부처님은 “그대는 어떤 의미를 살폈기에 아랸냐를 찬탄하고 누더기 옷을 입고 걸식하는 것을 찬탄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존자는 “현생에서는 몸과 마음의 걱정 없이 기쁨을 누리며 편안하게 살 수 있고, 미래에서는 중생을 위해 밝은 등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했다.
부처님은 두타행에 대하여 “만일 두타법을 비방하는 사람은 나를 비방하는 것이요, 두타법을 찬탄하는 것은 나를 찬탄하는 것이니라”라고 말씀하시면서 마하가섭 존자를 칭찬했다. 두타행은 ‘삶 그 자체가 수행이며 선정과 지혜의 씨앗’임을 몸으로 체득하는 수행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