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주요 제자들 중에서 ‘감각기능의 문을 잘 보호하는 자들 가운데서 으뜸’은 난다(Nanda) 존자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감각기능은 감각적 쾌락을 일으키는 안이비설신 등 다섯 가지 인식의 도구를 말한다.
난다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이복동생으로 슛도다나대왕과 마하파자파티 왕비 사이에서 태어났다. 마하파자파티는 부처님의 생모였던 마야왕비의 동생이었다. 마야 왕비가 출산후 일주일만에 죽자 동생인 마하파자파티가 두 번째 왕비가 되어 싣다르타 태자를 양육하였다. 그리고 난다 왕자와 쑨다리난다 공주를 출산하였다.
난다 왕자는 부처님이 카필라 성을 방문하였을 때 이미 결혼식을 올릴 계획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혼식 날 태자 책봉식도 함께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결혼식을 올리는 날 식장을 방문하여 난다의 공양을 받고나서 그를 데리고 떠났다. 무언중에 출가를 권유하는 부처님의 말씀을 거역하지 못한 난다는 아름다운 아내를 집에 남겨두고 부처님을 따라서 출가 수행자의 길을 선택했다.
슛도다나대왕과 마하파자파티부인의 아들
부처님 이복동생…태자 지위 버리고 출가
부처님의 제자 중에 난다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수행자가 많았다. 그 중에서 부처님의 이복 여동생 쑨다리 난다, 난다의 아내 자나파타깔리야니 난다, 그리고 샤카족 케마의 딸인 아비루빠 난다 등이 유명하다. ‘난다’라는 이름은 ‘뛰어난 미인’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들 모두 출가하여 비구니 스님이 되었다.
출가한 난다 존자는 카필라 성에 두고 온 아내를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수행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의기소침하여 병이 나고 말았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난다에게 “암컷 원숭이와 그의 아내 중에 누가 더 예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난다가 자신의 아내가 더 예쁘다고 말하자 부처님께서 이번에는 신통력으로 하늘의 천녀들을 보여주면서 누가 더 예쁜가라고 물으셨다. 난다가 하늘의 천녀가 자신의 아내보다 더 예쁘다고 대답하자 부처님은 수행을 열심히 하면 저 천녀를 아내로도 맞이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자 난다가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고 한다.
난다를 데리고 기원정사로 돌아오신 부처님은 장로 비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였다. 그러자 장로 비구스님들이 난다에게 사실여부를 물었다. 그 때 난다는 크게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가졌고 스스로 감각기관의 문들을 잘 통제하고 제어하여 아라한의 경지에 도달하였다.
난다가 출가하여 비구계를 수지하고 아라한의 경지에 도달하자 많은 비구스님들이 모여서 난다에 대한 인물평을 하였다. “그는 좋은 가문 출신이고, 힘이 장사고, 잘 생겼고, 성미가 급하다”는 등의 갖가지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소문을 들은 부처님께서는 비구스님들에게 다음과 같은 설법을 해주셨다.
“난다는 자기를 잘 억제하고, 마음이 잘 집중된 사람이다. 또한 난다는 음식을 먹을 때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난다는 음식을 대하면 법을 생각하면서 먹는다. 그는 맛으로 음식을 먹지 않으며, 욕망을 채우기 위해 먹지 않고, 몸을 살찌게 먹지 않고, 육신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하여 먹지는 않는다. 다만 몸을 유지하기 위하여 먹는 것이며, 배고픔을 달래기 위하여 먹는 것이며, 도를 닦는데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서 음식을 먹고 있을 뿐이다.”
난다는 태자의 지위를 버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을 떠나서 출가하였고 형님인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여법하고 청정한 수행을 하였다. 그리고 난다의 아내와 동생, 그리고 어머니도 모두 출가하여 비구니 스님으로 큰 족적을 남겼다.
김응철 / 논설위원ㆍ중앙승가대 교수
[불교신문 2474호/ 11월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