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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아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버티고 있다

도란도란휴게실/자수향의 돋보기 세상

by 자수향 2009. 3. 12.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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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도 아직 미국산 쇠고기 수입시장을 전면 개방하지 않고 있다

도대체 일본은 무슨 백(back)으로 아직까지 버티고 있나. 어떻게 일본과 대만은 미국의 무서운 개방압력을 버티고 있을까. 일본도 대만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 대해서처럼 미국은 일본에 대해서도 OIE 기준을 근거로 쇠고기 수입조건을 개정해달라며 협상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는 한미FTA를 핑계삼아 활짝 문을 열어제쳤다. 일본은 스모선수처럼 버티기로 일관한다. 대만도 그랬다.

앞선 글에서 인용한 USTR 보고서는,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일본, 대만, 홍콩,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아직까지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USTR이 WTO에 제소하였다거나 제소할 예정이라는 내용은 전혀 없다. 다만 2009년에도 계속 수입개방을 시도하겠다는 정도이다.

2008년 5월 당시 우리 정부는 어떻게 우리 국민에게 설명했나. 우리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거절하면, 미국 정부가 당장 WTO로 끌고 가고, 당장 자동차 등에 대해 보복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했었다.

 

2. 한국과 대만과 일본의 현실을 비교해보자

수입자유화 이후 광우병 발생이 있었고 다시 부분적으로 해제한 것까지는 우리나라, 대만, 일본이 똑같다. 여기까지는 똑같다. 하지만 그 뒤부터는 달라진다.

수입과정에서 미국측 수출업자들의 검역조건에 위배되는 사실이 발견된다. 일본과 대만은 현장 시찰 등을 통해 엄격한 증명과 관리를 요구하고, 정부의 증명이 보증되는 사업장 가공품에 한해 수입을 허용한다. 우리는 똘레랑스를 발휘하는 쪽으로 진화한다. 이때가 가장 반미(?)로 평가받던 노무현 정부 때이다. 물론 나는 일관되게 노무현 정부는 어느 정권보다도 친미지향적 외교안보노선이었음을 지적해왔다. 다만 국내 따로, 미국 따로의 이중성이 문제였고, 이것이 결국 미국에서의 신뢰악화로 이어졌다고 평가한다. 더군다나 한미FTA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적 보수성을 드러내는 핵심 의제였다. 부동산 원가공개가 기업의 자유에 반한다고 발언했던 일,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시인해버렸던 일, 한미FTA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했던 일, 한미FTA를 위해서는 쇠고기, 자동차, 약가 적정화, 스크린쿼터 해제 등 4가지 선물을 미리 제공해야 한다고 확인했던 일 등이 정책적 보수성의 여러 상징들이다.

어찌되었건, 이미 한미FTA에 대한 필요성이 참여정부의 절대과제로 자리잡게 되면서, 쇠고기문제는 한미FTA에 종속되게 된다.

정권이 바뀌었고, 수입위생조건 개정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전면 개방이 허용된다. 촛불문화제가 열였다. 정부는 재협상은 결코 안된다며 미국측 입장을 대변했다. 다만 앞선 글에서 인용했듯 재협상 여부는 오로지 대만과 일본의 협상조건에 달려있다고 강변해왔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우리 정부는 대만과 일본이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되기까지 한다. 지난친 음모론일까. 아니면 우리 정부의 예측능력을 지나치게 신뢰한 결과일까.)

그러면 2009년 2월 현재 대만과 일본은 어떠한가. 앞선 글에서와 같이 대만은 여전히 옛날 위생조건이 그대로다. 일본은 더 마찬가지다.

3. 일본의 시장현실은 어떠한가

사실 일본은 대만보다 더 철저하다. 우선 기본적으로 일본의 수입위생조건은 대만보다 엄격하다. 척수, 척추, 두뇌, 골수가 제거된 20개월 이하의 쇠고기 수입만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의 미국의 수입위생조건 개정 요구에 대한 대응방식도 대단히 단호하다. 미일동맹은 누구나 인정하듯 한미동맹보다도 훨씬 더 강력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첫 번째 정상초청외교로 일본을 선택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일본은 부시행정부때부터 분명하게도 '안전을 증명하는 데이터가 불충분하다'며 최신의 과학적 지식에 근거해 필요한 검토를 한 뒤에야 가능하다고 버티고 있다.

우리와 협상을 타결지은 미국은 그해 5월 경에는 대만에 대해 수입위생조건 개정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일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2008년 7월 6일 일-미 정상회담이 있었다. 당연히 부시 대통령은 월령 20개월 이하로 정한 일본의 위생조건을 철폐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일본의 후쿠다 수상은 예전과 똑같은 논리로 “식품의 안전과 안심을 지키는 입장에서 과학적 식견에 의거하여 판단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일본의 이러한 논리는 수년전부터 일관되고도 분명하게 반복된다. 그 이후 미-일간 협상은 완벽하게 교착상태이다. 미국으로서는 교착이다. 일본으로서는 버티기이자 협상의 승리다.

4. 다시 우리나라를 되돌아보자

지난해 4월 18일, 한미 간 쇠고기협상 합의는 ‘동물사료 금지조치 강화 노력’의 약속을 받아내는 선에서 30개월 미만의 연령제한을 풀고, 갈비 등 ‘뼈 있는 쇠고기’까지 개방 폭을 넓혔다. 광우병위험물질(SRM)의 경우 ‘30개월 미만은 편도와 소장 끝부분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허용하라.’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권고지침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일본 마이니치 신문 등은 노골적으로 우리나라 협상결과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FTA 협상의 선결과제로 쇠고기 수입개방을 덜컥 약속했다. 선물까지 제공해가며 한미FTA 협상이 시작됐다. 노무현 정부가 한나라당과 조-중-동과 재벌들까지 등에 업고 노력했지만, 미국은 협정문을 의회에 제출하지조차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는 끝이 났다. 우리 새정부는 방미를 앞두고, 한미FTA를 재촉한다는 이유로 2008년 4월 쇠고기 수입개방을 전면화했다. 그리고 촛불문화제가 있었다.

협상이 다 끝나 발표만을 앞두고 있다던 일본과 대만은 지금까지도 요지부동이다. 미국도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대만과 일본 정부는 여전히 2006년 이래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 미국산 쇠고기문제는 과거완료형으로 돌리고, 평온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PD수첩에 대한 수사는 다시 시작되었다. 촛불문화제로 인해 집권 초기의 수개월간이 잃어버린 세월이 되었다고 했다. 이것이 한나라당의 사고방식이다. 그래서 이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속도전을 얘기했다. 박희태 대표의 말이다. 정운천 전 장관은 자랑스럽게 검찰에 출석해 PD수첩의 처벌을 요구했고, 심지어 고소장까지 제출한 상태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어느 누구도 협상의 실패, 전략의 실패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물론 싸고 질 좋은(?) 쇠고기는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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