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꼭지
불사약 구하듯이 죽음을 피해 허공과 바다 속 숨어도 보고 산 속과 땅 속을 찾아갔건만 야속한 시신은 너울너울 춤을 추네 -----------불설바라문피사경
위의 경구에 얽힌 이야기는 부처님 생존 당시 사위성에 있던 네 명의 바라문의 이야기다. 네 명의 바라문은 영원 히 죽지 않으려는 욕심으로 한 사람은 허공에 숨고, 한 사람은 바다에 숨었으며, 한 사람은 산으로 숨고, 마지막 한 사람은 굴 속으로 숨었다. 그러나 네 명의 바라문들은 모두 자신들이 숨었던 허공, 바다, 산, 굴 속에서 죽고 말 았다는 이야기다. 목숨을 가진 이 세상의 어떤 것들도 고통과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죽음을 피하려고 헛된 꿈을 꾸 지만 때가 되면 모두에게 찾아오는 것이 죽음이다. 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어느날 신도분 가족이 상을 당했다. 절집에서의 죽음은 익숙하다. 이승의 옷을 훌훌 벗어버린 이를 위해 자신의 죽음을 인식시키고, 바른 저승길을 가도록 기도해 주는 것이 우리 출가자의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 삶의 모습이나 생각들이 대동소이 하듯이 우리네 초상집의 모습도 거의 비슷하다. 산 자와 죽은 자들이 나누 는 며칠간의 이별식은 지위나 재산의 높고 낮음을 넘어 또 동서양을 넘어 다를 것이 별로 없다. 그러나 다른 것이 분명 있다. 자식들의 말없는 세속적 암투가 슬픔과 애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그것이다. 슬픔은 잠깐일 뿐 빈소 앞에 앉아 망자가 남기고 간 몇 평의 땅, 어디의 땅, 어디의 몇 평 아파트..... 마음이 딴 곳에 가 있 음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다 볼 수가 있다. 망자와의 이별의 아픔이 돈 갈라지는 소리에 묻혀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망자가 살아 모았던 재산이 지금 무슨 소용이 되는가. 살아 생전 자식들을 위해 아둥 바둥 모았던 소중한 재산이 결국 자식들을 물욕의 짐승으로 만든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쯤 되면 망자의 귀에는 저승길 잘 가라고 말하는 이 소승의 말이 귀에 들릴리가 없다. 괘씸함에 몸을 떠는 모습만이 느껴진다. 씨앗이 있어 그 열매가 생긴다는 것을 안다면, 삶이 있고 죽음이 있다는 이 엄연한 진리 또한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는 동안은 이를 염두에 두어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고 죽을 때도 자녀들에게 남길 진실로 값진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숭고한 이별식이 재산싸움으로 엉망이 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나이 드신 분들의 살아 생전 유서 쓰기 운동은 권장할 만한 일이라 생각된다. 앞에서 본 네 명의 바라문처럼 우리들도 자신에게 죽음이 찾아 온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어쩌면 오지 않을 것이라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온갖 정열을 다 바쳤던 진시황처럼 좋 다는 약은 무조건 먹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떡해 하든, 어떤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이다. 그것을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받아 들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 주어진 생을 보람되게 잘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면 죽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가는데 있 다고 본다. '나는 이 세상에 무엇하러 왔는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내가 남기고 가는 것은 무엇인가'를 말이 다. 티벳의 성자 밀라레빠는 이미 죽은 자를 위해서 불자들을 위해서 노인들을 위해서 젊은 이들을 위해서 죽음을 어떻게 받아 들이고 생각해야 할 것인가를 노래했다. 노랫말을 깊이 음미해 보면 큰 교훈과 감동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밤낮없이 썩어가는 그대들 육신의 집은 사대(地,水,火,風)요소로 돌아가니 세월의 흐름에 따라 눈비 맞는 그대들, 육신 놓아 버리니 죽음을 향해 행진하는 부폐의 이 빗방울들은 기쁨도 즐거움도 결코 갖다 주지 못할지니 태양이 머물면 어둠이 닥치듯, 아무리 도망쳐도 죽음은 피할 수 없으리.
죽음을 관찰하는 일, 불자들의 스승이니 인생을 값지게 살게 하네. 죽음이 닥치면 기쁨의 설자리는 어디에도 없 음을 기억하고 명심할진저 죄를 저지른자가 죽음의 본질을 본다면 진리에 대한 좋은 교훈을 배우리. 죽음을 생 각하게 되리. 임종의 순간이 닥치면 얼마나 후회할것인가?
부자가 자신의 주변을 떠도는 죽음을 본다면 진리에 대한 좋은 교훈을 배우리. 재물과 돈은 원수같은 것이라고 그리하여 그는 후회하고 또 후회하리. 생전에 항상 관대하게 베풀 것을.
노인이 죽음 가까운 것을 알게 되면 진리에대한 좋은 교훈을 배우리. 인생은 덧없는 것이라고 그리하여 그는 생각 하고 또 생각하리. 삶이란 한갓 슬픈 꿈이었구나!
젊은이가 자신의 주변에 서성이는 죽음을 본다면 진리에 대한 교훈을 배우리. 인생은 짧고 머지 않아 망각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라고 그리하여 수행에 매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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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열반-석가모니부처님께서 우리에게 남기신 진정 위대한 유산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자료가 있어서 올려봅니다.
상태가 썩 좋지 않으나 마음으로 봐주시고 불자로서의 '죽음'에 관해 명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합니다.
(지난 해 불교리더스 포럼에서 김재영 법사님의 강의 중 제가 받은 감동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잘 안보이는 장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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