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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도 시국선언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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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비평 2009/07/01 08:34 손석춘
“진정한 중도실용은 거창한 담론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시국선언문의 한 대목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다. 이 대통령은 6월30일 상반기를 결산하며 이른바 ‘집중토론’ 형식으로 국무회의를 진행했단다. 그 자리에서 강조한 말이란다.
어떤가. 참으로 생게망게 한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내가 똑같은 국어를 쓰고 있는지 의심마저 들 정도다. 정반대 현상을 두고 같은 말을 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말 자체로만 본다면 이명박 대통령도 시국선언에 동참한 셈이기에 더 그렇다.

누가 이명박 대통령에 ‘거창한 담론’ 기대했나?

찬찬히 짚어보자. 먼저 묻고 싶다. 누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거창한 담론을 기대했는가? 내가 아는 한 아무도 없다. 국민 대다수는 그에게 거창한 담론을 기대한 게 아니라 ‘경제 살리기’ 공약을 지키리라고 ‘기대’했을 뿐이다.

더구나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란 말에는 어처구니가 없다. 명토박아 둔다. 아무도 ‘행동’을 말리지 않는다. 아니, 나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 중도를 이야기했을 때, 같은 말을 했다. ‘중도’라는 말에 조금이라도 진정성을 느껴지게 하려면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부터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그렇다. 그 ‘행동’은 결코 떡볶이 가게 가서 어묵을 먹는 행동일 수 없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 그런 행태야말로 ‘쇼’아닌가? 물론, 그런 쇼를 일러 부자신문은 ‘진정한 소통’으로 추어올리기도 하지만, 경계할 일이다. 그 말에 솔깃할 때 정권의 운명은 나락으로 떨어져갈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 서민 정책을 펴겠다면, 진정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면 할 일이 참 많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도’와 ‘서민’을 들먹인 가장 큰 이유는 청와대 홍보기획관실 보고서때문으로 알려졌다. 부자신문 보도에 따르면 2007년 대선 때 야당 후보를 찍은 사람 가운데 “이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비율은 2%에 그쳤다. 비교적 호의적 평가를 받는 경제위기 대처 능력에 대해서도 ‘잘한다’는 응답은 겨우 5%였다.

“이회창 보다 보수”야말로 행동으로 보여준 결과

가장 진보를 0, 가장 보수를 10으로 봤을 때 대선 때 이명박의 좌표는 중도랄 수 있는 5.2였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선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6)보다 오른쪽인 7이 나왔다고 한다. 지지층의 절반이 이탈한 핵심적 사유가 ‘반서민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어떤가. 일반 시민이 보기엔 아주 당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는 게 오히려 충격이다. ‘이회창 보다 보수 이명박’이라는 민심이야말로 그가 행동으로 보여준 결과다

그래서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있는 그의 참모들에 권한다. 충격은 비단 거기서 그칠 게 아니다. 바로 그런 ‘충격적 사실’을 알고도 언죽번죽 “진정한 중도는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가.

“진정한 서민” 강조하며 서민정책 펴라는 전교조 탄압

청와대의 위선을 단적으로 입증해주는 서울 용산 참사만이 아니다. 보라. 지금도 전교조 교사들을 줄줄이 해임하고 있다. 대통령은 전교조 시국선언을 한번 제대로 읽어보기라도 했는가. 바로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라고, 행동에 옮길 것을 주문하는 게 시국선언문의 고갱이다. 해임할 게 아니라 고마워 할 일이다. 해임하겠다면 교과부 장관을 자를 일이다.
바로 그래서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간곡히 되돌려주고 싶다. 진정한 중도실용은 거창한 담론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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