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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 앞에 놓인 두가지 시나리오

도란도란휴게실/자수향의 돋보기 세상

by 자수향 2009. 8. 1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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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비평 2009/08/10 07:43 손석춘

갑갑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전망이 보이지 않아서다. 그래서다. 촛불의 추억에 젖어들기도 한다.
기실 2008년 5․6․7․8월을 뜨겁게 달군 촛불항쟁은 수백만 명이 참여해 넉 달 이상 타오른 세계사적 사건이었다. 그 뿐인가. 그로부터 1년 뒤인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자살로 다시 500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분향소를 찾았다. 소수 특권계급을 철저히 대변하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의식은 고조되어갔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권은 전혀 정책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떡볶이 가게를 찾아가 어묵을 먹으며 ‘중도’와 ‘서민’을 강조했을 따름이다. 비정규직의 고통은 늘어가고 영세자영업자들은 몰락해갔다. 부익부빈익빈은 무장 커져갔다. 미디어악법을 날치기 처리하고 쌍용자동차에선 ‘전쟁’이 벌어진 뒤 대량구속 사태가 이어졌다.
앞으로 우리에겐 어떤 길이 있을까.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

<시나리오1>
그럼에도 민주당과 친노무현 세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분위기에서 올라간 지지율을 과신한 나머지 힘을 모으지 못했고 성찰도 없었다. 우경화한 ‘뉴민주당 플랜’도 바꾸지 않았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서로 비전이 다르다거나 정책 경쟁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 자기 길을 걸어갔다.
결국 ‘이명박 정권 심판’을 내세운 2010년 6월2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자신감으로 탄력을 받은 이명박 정권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더 밀어붙이며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는 물론, 이미 장악한 방송 3사의 도움을 받아 여론을 유리하게 조성해갔다.
2012년 4월 총선에서도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으로 갈라진 야당에 힘입어 한나라당은 다시 제1당이 되었다.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뽑힌 박근혜는 자유선진당과 단일화에 성공하고 민주당의 분열로 당선되었다. 두 진보정당은 독자 후보를 냈으나 의미 있는 득표에 실패했다.

한나라당은 재집권에 성공했다. 기득권 세력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세 신문과 세 방송사는 박근혜 당선자를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라거나 마거리트 대처 영국 총리에 빗대 ‘철의 여장부’로 대서특필하고 나섰다.


<시나리오2>
민주당과 친노무현 세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분위기에서 뼈를 깎는 성찰로 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는가를 짚어보았다. 집권 10년 동안 무엇이 문제였는지, 왜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빼앗겼는지 성찰하면서 자신들이 진보세력과 손잡고 문제를 풀어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 발견했다. ‘뉴민주당 플랜’을 철회하고 진보세력과의 연대에 적극 나섰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계속 갈라진 채 제 갈 길을 간다면 발전이 없다는 성찰 아래 꾸준히 통합을 모색해갔다. 민주당과 두 진보정당은 정당과 정치인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연대와 단결을 이루는 데 큰 난관이 있었다.
하지만 2010년 6월2일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모든 야당과 시민사회 단체들이 연석회의를 만들었다. 진통 끝에 한나라당 후보에 맞선 범국민후보로 단일화를 이루었고 그 결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미세한 표차로 승리했다. 범국민후보로 서울시장을 선출한 경험에 바탕을 두고 정치권은 급격하게 재편되었다.

신자유주의와 분명하게 선을 긋는 민주당 내 진보적 국회의원들과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은 새로운 당, 진보적 국민정당을 내오는 데 성공했다. 국민적 여망을 담은 새 정당은 2012년 총선에서 국회 다수당에 이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한국 정치사와 민주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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