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은 고칠 필요 없다.(정호스님: 불교신문 수미산정 내용 중)
정호스님 : 불교신문 논설위원, 조계종 포교연구실장
옛말에 사람을 구제하는 것보다 짐승을 구제하는 것이 쉽다 했는데, 사람들을 만나고 접해볼수록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것 같다. 짐승은 먹을 것을 주고 관심을 가져 주면 금방 친해지고 길들여진다.
그러나 사람은 다르다. 좋은 말을 해 주거나 조언을 해 줘도, 백이면 백 사람이, 천이면 천 사람이 각자 자신이 만든 마음의 그릇을 완강하게 고집하며 ‘내 방식대로 할 거야!’ 라고 말한다.
둥근 마음은 둥근 그릇서 ...
지금 펼쳐지는 자신의 삶은 누가 만들어준 것이 아니다. 모두 자기 마음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자기 자신이 만든 것이다. 사람들 각자가 자신의 성격에 따라 삶의 무늬를 수놓는 것이다. 둥근 그릇에서 둥근 마음이 나오고 둥근 삶의 무늬가 그려진다.
비틀어진 그릇에서 비틀어진 마음이 나오고 비틀어진 삶의 무늬가 그려진다. 이것이 소위 ‘업’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 인간에게 주어지는 근본적 고통의 요소 중의 하나가 각자의 비틀어지고 경직된 성격 속에 내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안다. 자기의 그릇된 성격 때문에 일을 망치는 것도 안다.
그러자 말아야지 하면서도 지나치게 배우자를 의심하고, 작은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고,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일을 미루었다가 낭패를 보고, 잘못된 성격을 고쳐야지 하면서도, 그러지 못해 괴로움을 당한다.
그런데 성격을 고쳐보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성격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구름은 무심하게 동굴에서 나오지만, 마음은 바꾸려 하면 할수록, 자신을 부정하려 하면 할수록 미궁 같은 우울감이나, 어두움 속에 갇히게 된다.
자신의 성격을 완전히 뜯어 고치려 하지 마라. 사람은 누구나 완벽할 수 없고, 어딘가 한 두 군데는 못난 구석도 있고, 바보 같은 구석도 있기 마련이다. 자기가 못 가진 것, 잘못된 점, 단점과 부정적인 것만을 되새겨 자책하거나, 인위적으로 애쓰거나 부정하거나 발버둥치지 말고, 마음을 잠시 고요한 상태가 되도록 놓아두라. 잠시 자신을 고요함 속에 머물도록 두고, 자연스럽게 호흡하면서 마음의 본래 특성에 대해 관찰해 보도록 하라.
본래의 마음은 매우 투명하고 유연하다. 구름도 왔다 갔다 하고, 바람도 불어왔다 지나가고, 파도도 치다 가라앉을 수 있다. 우리가 다만 그 구름을, 바람을, 파도를 자신의 색깔로 해석하고 고집하고 잡아두지만 않으면 된다. 만들어진 그릇에 담아 가두지만 않으면, 마음은 언제나 평온과 올바른 시각을 유지할 수 있다.
마음 쉬는 방법을 배우라
모진 경쟁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성격장애와 마음의 병이 특히 많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정말 멀쩡해 보이는 많은 사람들도 성격장애나 우울증에 빠져, 남몰래 괴로워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무엇을 갖고,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애써 고쳐야 할 것이 아니다.
마음을 쉬는 것이다. 마음을 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자신의 모난 성격 때문에 고통스럽게 느껴질 때마다, 마음을 그냥 바라만 봐라.
자연을 관찰해 보라. 하늘의 구름이 얼마나 자유롭게 떠다니는지 바라 봐라. 그러다 보면 무심한 구름이 동굴에서 벗어나듯, 마음도 무심히 동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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