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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와 해체설

불교란 무엇인가요/불교입문

by 자수향 2008. 12. 3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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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와 해체론
절대주의에 물들어가는 교단에 대응
“존재의 본질인 자성은 없다”고 강조


부처님 재세(在世) 당시 인도사회는 절대주의 사고가 팽배해 있었다. 인도인들은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절대주의에 입각한 문화를 만들어갔다. 대표적인 것이 윤회론과 계급제도라 할 것이다. 실제 윤회의 주체가 있는가의 여부를 떠나 사회윤리적인 차원에서 기득권자들의 권익을 지켜주는데 윤회론의 활용가치는 매우 높았다. 종교나 제도라는 이름으로 대중을 제약하고, 그들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차원에서 윤회론은 계급제도를 고착화시키는 데도 일조했다. 바라문을 정점으로 한 계급문화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 개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종교라는 이름으로 탈취해 버렸다.

아리안 문화가 지닌 절대주의 문화에 반기를 들고, 생명의 본질적인 가치와 자유권, 평등권을 회복시키고자 출현한 사상가가 부처님이었다. 부처님은 무아설에 입각해 계급제도의 허구성을 폭로하며, 자신의 노력과 의지에 따라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회의 주체로 인식되던 아트만.푸드갈라 등에 대해 근원적으로 부정하고, 존재의 본질을 연기론이라는 해체론에 입각해 설명했다.

그러나 부처님의 입멸 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신격화가 가시화 되어 갔다. 부처님은 점차 인간이라는 사실은 잊혀지고 신비화돼 갔다. 이러한 움직임은 부파불교의 전개로 더욱 다양하고 치밀하게 시도됐다. 물론 부파불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대승불교운동가들 사이에서도 수용됐다. 〈법화경〉의 유신론적 경향, 〈화엄경〉의 법신사상 등이 실례다.

교단이 절대주의에 물들어 가고 있을 때 이러한 움직임에 강력하게 대응한 사상가가 바로 ‘용수’로 한역되는 ‘나가르주나’다. 그는 기원후 2세기 후반에서 3세기 초반 사이인 150년에서 250년 사이에 활동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반야사상에 의거하여 초기불교 이래의 연기론을 더욱 철저한 해체론으로 재구성했다. “원인과 조건들로부터 자성이 기인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왜냐하면 원인과 조건들로부터 자성이 기인한다면 그것은 우연히 일어난다는 말이 될 것이다./ 어떻게 자성이 우연히 발생하겠는가. 왜냐하면 자성이란 우연히 발생한 것도 아니고, 다른 존재에 의존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중론〉 관유무품)”이라며 존재의 궁극적인 본질로 파악되는 자성(自性)을 부정하고 있다.

본질에 대한 부정은 경험적 자아로 인해 오인하기 쉬운 자아의 개념까지도 부정하게 만든다. “만약 자아가 오온과 같다면 자아는 생멸할 것이다. 만약 그것이 오온과 다르다면 자아는 오온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중론〉 관법품).” 우리들의 심신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으며, 이들을 해체하면 그 어디에도 자아(自我)라 할 수 있는 것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런 해체론이 무엇인가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관념적 우상에서는 벗어날 수 있게 하지만, 현실을 부정적으로 파악하게 만들 우려도 있다. 혹은 열반을 현실과 무관한 관념 내지는 허구적 세계로 오인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용수는 “윤회와 열반 역시 자성이 없다”고 선언하며 “연기적 세계 속에서 열반이란 현재 내가 서 있는 이곳을 바르게 이해하는데서 얻어지는 것”이라 말한다. “현실이 바로 열반의 세계이며, 열반이 바로 현실 세계 속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라는 것이다. 인간이 원초적으로 지니고 있는 관념적 한계를 벗어나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노력했기에 용수는 지금도 위대한 사상가로 추앙받고 있다.

차 차 석 동국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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