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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침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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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침할 수 없는 이유

이런 농담이 있었다. 북한이 남침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수도권에는 총알택시가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골목마다 대포 집이 있다, 남자들은 폭탄주를 마신다, 집집마다 핵가족이 있다. 뭐 이런식이다.

또 다른 농담이 있었다.
북한이 남침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데, 단기사병 이른바 방위병 때문이다.
80년대 방위병들은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기 때문에 도무지 보급선을 차단할 수 없기 때문이었고, 지금 방위병들은 도대체 어디에 근무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거다. 밤에는 나이트클럽에도 있고, 당구장에도 있고, 이런 식으로 퇴근후 행적이 묘연해 어떠한 첩보체계에도 걸리지 않기 때문에 전쟁을 할 수가 없단다.

골프군이 있다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골프대군이 있다. 골프분대도 아니고, 골프소대도 아니고, 중대도 아니고, 대대도 아니고, 연대도 아니고, 여단도 아니고, 사단도 아니고, 군단도 아니다. 사령부를 몇 개 합한 수준이다.

2008년 59만 2371명의 현역이 군 골프장을 이용했다. 평일에 골프를 친 것으로 기록된 현역간부만 무려 1만명 수준이다. 군이 말하는 ‘야전성’은 필드를 말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 필드가 골프장인 줄 이제야 알았다.

잘못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다른 데 있다

일과중 골프, 잘못됐다. 당연히 문제가 있고 고쳐야만 한다.
그런데 죄명이 ‘무단이탈죄’다. 전투체육의 일환이라고 생각했을 때 과연 이들을 무단이탈로 처벌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문제는, 사법처리의 예측가능성 여부이다.
지금까지 가만히 놔두다, 어느 날 갑자기 처벌하겠다고 나섰고, 그것도 구속이라는 무조건적인 강제수사였다. 대단히 즉흥적인 대응이다. 그것도 구속을 수사의 형식으로 활용한 것이 아니라, 처벌의 수단으로 징벌로 활용해버렸다.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불구속수사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군의 이런 버릇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불온서적이라며 금서목록을 정했다. 이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자 아예 해당 법무관들을 극형에 가까운 징계처분으로 맞섰다. 이번에도 미리 경고하지 않은 지휘관이나 법무관들의 책임은 잠시 제쳐두고 군의관들을 구속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거의 20명의 가까운 군의관들이 구속되었다. 사실 군에서 군의관들은 군기빠진 군인의 한 상징으로 비쳐지는 측면은 있다. 하지만 지난 10-20년 동안 그냥 두다 어느 날 갑자기 구속으로 맞서면 어느 누가 이런 사법관행에 동의할 수 있을까.

군의관들이 도주나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있다고?

더구나 도주가능성도 없고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다. 군인이라는 복무자체가 주거의 제한을 사실상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도주가능성은 더더욱 없다. 그리고 36개월을 근무하고 이제 4월 말 전역을 앞둔 장교들을 무단이탈로 구속했다. 무단이탈은 군형법 중에서도 가장 경미한 죄에 속한다. 범죄와 거기에 합당한 처벌이라는 비례의 원칙은 이 사건 구속에도 제대로 적용된 것일까. 무죄추정의 원칙, 불구속 수사의 원칙은 어디로 간 것일까.

 

필자의 군 생활 때도 그러했지만, 얼마 전까지도 군대에는 전투체육의 날 행사가 있었다. 수요일 오후는 축구나 족구, 테니스 등을 통해 전투력도 증강하고, 체력도 증진하는 쪽으로 운영되어 왔다. 세상의 흐름에 맞게 사병들은 축구나 족구를 하고, 장교들을 점차로 군 골프장으로 가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 이런 현실은 이번 사건 수사에 있어서도 충분히 반영돼 있을까.


더구나 무슨 목적으로 군은 골프장을 32개나 가지고 있을까. 공군이 14개고 육군과 해군이 각각 5개씩이다. 골프가 사회에서 스포츠로 자리 잡은 것과 동시에 군에서도 골프는 일종의 전투체육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가장 힘 없는 병과라는 의무병과


또 다른 염려가 있다. 처벌의 형평성 여부다.
자칫 가장 힘없는 병과라는 의무병과만 혼쭐이 나고, 기무, 헌병, 법무 등 힘 있는 병과는 빠져나갈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또 힘 있는 장성급들은 쉽게 빠져나가버리는 것은 아닐까. 일관성 있고 형평에 맞는 수사원칙이 흔들릴 기미도 보인다. 워낙 많은 간부들이 관련되어 있다 보니 뒷수습이 염려되기 시작한 것이다.

굳이 처벌하겠다면, 법정구속해도 늦지 않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잘못했다. 그리고 잘못된 일이다. 당연히 고쳐야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구속이라는 강제수사의 형식을 빌어 폭력적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은 맞지 않다. 2008년 이래 우리 사회가 모든 문제를 폭력과 강제력, 이른바 공권력을 통해 법과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쪽으로 변질되고 있는데, 이번 사건도 그 맥락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굳이 재판을 받아야 한다면,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게 해라. 그런 다음 징역형을 선고해야 한다면, 그 때가서 법정구속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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