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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7. 방편(方便)과 진리♧

벌거벗은주지스님

by 자수향 2009. 5. 14.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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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째 꼭지

 

 

 

     

                    마음의 뜻이 깨끗하면

                    이것이 정토의 인이니

                    복과 지혜를 논하지 말고

                    먼저 탐욕과 성냄을 없앨지니라.

                                                                                ----야부 도천

 

    경전을 읽다 보면 복덕, 천수천안, 신통력, 가피력으로써 칠난(불,물,위험,귀신,지옥,재난)과 삼독(탐욕,어리석음

    분노)을 소멸시킬 수 있다라고 쓰여 있다. 중생들이 달콤하게 여길 만한 약속들이 설해져 있다. 그리고 그러한 말

    들 다음에 반드시 다라 나오는 말이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이 방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편에 마음을 고

    정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삼고 기도하면 공덕이 적다는 가르침도 빠지지 않는다.

    이것이 방편이라면 그 진실된 뜻은 다른데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경전을 세밀하고 정확하게 읽다보면 그제야   

    부처님 설법의 주제가 복덕과 구원에 있는게 아니라 ,그것을 방편으로 삼아 중생으로 하여금 지혜와 자비를 성취

    하게 하려는 것임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달을 보지 않고 기리키는 손가락을 보는 일이다. 그렇게 많은 법문을 듣고 공부한 사람들도, 기도

    공덕을 바라며 기도를 하고 가피를 바라며 염불 하고, 수명과 복, 재물, 아름다움, 명예, 승진, 합격을 구하며 독경

    과 절 등의 행위를 한다.

    가르침은 하나도 따르지 않고 그 기도의 공덕으로 원하는 것만 성취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것이다. 문제는 또 거

    기서 그치지 않는다. 원하는 바가 이루워지지 않으면 독사의 혀처럼 가르침을 비방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는 것이다.

    한 번은 볼일이 있어 버스를 타고 시내네 나가닥 재미있는 일을 경험하게 되면서 그 의문의 실마리를 찾을 수있다.

    버스에 타고 좌석에 앉자 옆 자리에 안자 있던 여자가 자꾸 힐긋힐긋 나를 쳐다 보았다. '나에게 전도하려는 심산

    이구나' 싶어서 그냥 웃어 주고 말았다. 가끔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그런 사람들이 스님을 전도하려 든다. 일

    반인도 아닌 성직자에게 전도하려는 그 무모한 의지가 참 가상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옛날에 저도 절에 다닌 사람이에요"

    "근데 교회에 나가면서부터 하는 일마다 잘 되고 매일 매일 기쁜일만 생기고 남편 사업도 얼마나 번창하는지 몰라

     요."

    "..........."

    "예수님 안 믿으면 지옥가요."

    "..........."

    "지옥 유황불에 떨어져서 .... 그러니까 그 쪽도 교회 나가야 해요."

    듣고 있자니 민망할 노릇이 아닐 수없다. 대꾸를 해주지 않아도 혼자서 별소리를 다 해대는지라 할 수 없이 한 마

    디 거들어 주었다. 이런 사람일 수록 불교에 대해서는 문외한 일 것이며 스님들에 대한 지식이라야 탁발이나 하면

    서 도통한 사람처럼 몇 마디 해주는 것이 전부라고 알고 잇는 사람일 것 같았다. 나도 짐짓 그 생각에 맞춰서 도사

    처럼 몇마디 말해 주었다.

    " 아주머니 그만하세요. 보아하니 몸이 아프셔서 안수기도 받으러 다니시죠? 내 보아하니 남편 사업이라야 구멍가

    게나 하는 것 같은데 지금 남편과 헤어질까 고민하고 있잖아요. 안그래요? 남 유황불에 떨어질 걱정 마시고 댁에

    가셔서 집안 정리부터 하고 다니세요?"

    그러자 여자가 반색을 하며 자세를 고쳐 아예 내 쪽으로 돌아 앉는 것이었다.

    " 아니 그것을 어떻게 아셨어요? 아이고 스님!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 한 번 찾아 뵙고..."

     나는 혀를 끌끌찼다. 스님더러 자신의 신앙을 열심히 전도하더니 아는 소리 몇 마디 했더니 금세 태도가 달라지는

     모습이라니.... 참 사람들은 아는 소리에 약하기 짝이 없다. 사실 내가 그여자가 말한 것처럼 뭘 잘아는 도사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다.

    누구든 나이를 어느 정도 먹고 많은 사람들을 대하다 보면 사람들의 살림살이 정도나, 사는 모양새를 어느 정도 파

    악할 수 있는 경험이 쌓이게 되는 법이다. 그 뿐인가. 말하는 것을 들여다 보면 그 사람의 학력 수준과 심성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밖은 안의 거울과 같아서 근심을 감추려 해도 벌써 들어나는 것이 상례이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안팎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모르고 짐짓 진실을 속이려 든다.

    ....문득 경전의 복덕의 방편, 공덕의 방편, 재물의 방편, 아름다움의 방편들이 왜 그토록 많이 나오는지 그제서야

    `깊이 절감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우선은 자신에게 해당되는 달콤한 말에는 귀를 열고 마음을 연다. 그러더보니

    방편은 중생의 숫자 만큼 생겨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방편이란 말은 '접근하다' '도달하다'라는 범어에서 나온 말

    이다. 좋은 방법을 써서 중생을 진실한 가르침으로 인도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마련한 방책이 바로 방편이다.

    이미 이 세상의 현실적 삶과 오욕락에 물든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진리를 설해도 곧바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무엇인

    가 보상을 해주어야 그 말을 들으려고 하고 가까이 하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성질과 능력에

    따라 가르치고 인도한다. 선행을 하면 반드시 무엇을 준다고 약속을 하거나, 가르침에 따르지 않는 자에게 무서운

    모습을 보여 악을 그치게 하고 악한 일을 하는 사람을 선으로 이끌고, 중생에게 덕을 베풀어서 은혜에 보답하는 마

    음을 일으키고 몸으로 부처를 이루는  본보기를 보여서 중생을 도에 들게 하여 거룩하게 한다. 아주 잘 알려진 비유

    지만 법화경의 비유는 이 방편과 진리를 이해하는데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많은 장자가 있었는데 그는 많은 전답과 재물과 사람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 집은 크고 넓었으나 문은

    오직 하나 뿐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불이 나서 집을 모조리 태우니 장자의 수많은 자식들이 모두 집안에 잇었

    다. 그러나 그들은 오락에 정신이 빠져 불이 일어남을 알지도 못하고 또한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장자는 불 속

    에 있는 자식들을 구하기 위해 방편을 쓰기로 하였다. 그들이 가기 좋아하는 진귀한 물건들을 소리쳐 부르면서

    이것들이 양차, 록차, 우차에 가득 실려 있으니 빨리 불타는 집에서 나와 가져가라고 하였다.

    사리불아,  여래도 또한 이와 같이 일체 세간의 아버지가 된다.  부처님께서는 지혜의 방편으로 삼계 화택에서 

    생들을 제도하고자 성문, 벽지불, 불승을 위해 설했다.

                                                                                                         -------법화경

 

 

    방편과 진리는 하나이며 하나가 아니다. 사람들에게 진리를 가르치기 위해 방편을 써 이끌지만 불교 궁극의 목적

    을 잊어버린 방편은 아무 쓸모없는 쓰레기와 같다. 재물, 수명, 아름다움, 복덕, 액운의 소멸 등이 이 불타는 집과

    같은 세상의 생,노,병,사를 잠재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번뇌와 고통이 충만한 이 세상, 화염에 싸인 무서운 세계,

    미혹의 세계 그것을 잠재울 수 있는 것, 그것은 바로 자신과 진리를 바라보고 자신의 본래 벙정한 성품을 깨달아

    해탈하는 것,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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