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Ⅱ-2. 마음먹음과 형성함

벌거벗은주지스님

by 자수향 2009. 5. 17. 06:07

본문

 

2번째 꼭지

 

 

                

 

                                         틀린다. 맞는다. 다투는 것이야 말로

                                 마음의 큰 병인 것을

                                 지극한 이치는 알지 못하고

                                 공연히 생각만 잠깨우려 하네

                                                                               -------승찬 대사

 

 

       초상집에서 있던 일이다. 그날도 목탁 소리가 깊어 가면서 염불소리 또한 묵직하게 울리고 잇는 내 뒤에서 느닷없

       이 술 취한 할아버지 두 문의 말씨름이 시작되었다.

      '조금만 더 하면 되겠는데...''저 뒤 쪽에 가서 싸우지 왜 하필이면 여기서 싸우나' 하는 언짢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

       던 차에 염불이 끝나고 잠시 앉아 쉬고 잇었다. 그 때까지도 두 할아버지의 말씨름은 팽팽하게 이어졌다.

       "..............."

      "세상은 참 공평해. 그 어떤 놈도 죽으면 땅에 묻히고 마는께"

      "그려 대톨령도 아무리 돈 많은 놈도 죽우면 땅에 묻히고, 그러고 나면 그만이여. 근디 왜 그렇게들 아둥바둥 하는

        지 몰러. 다 죽을 틴디."

      "그러게 말여......"

      "나는 지식놈들 보고 내가  죽으면 스님한테 가서 염불해달라고 부탁 해야겠어. 혹시 구천을 떠돌게 되면 어떻게 해"

      "그건 그럴 것 없어. 죽으면 듣지도 못하니께"

      "그건 아녀, 다 들을 수 있어."

      "죽으면 그만이지. 땅에 묻히면 그만인거여. 무슨 염불이여, 듣지도 못하는디. 다 쓸데없는 짓이여."

      "듣지 왜 못들어? 몸이 없어도 귀신이 있어서 다 듣는 다니께."

      "귀신 본 사람 어디 있데?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그럼 제사는 왜 지내? 그리고 귀신 때문에 아픈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

      "무슨 소리여! 그 귀신이 있거든 증거를 대 보란 말이여."

      "그려, 내가 대 볼께. 우리가 쓰는 말 중에 귀신이라는 말이 있지. 그 말이 왜 생겼것어. 어째서 옛날 사람들이 귀신

      귀(鬼)자 하고 귀신 신(神)자를 만들었겠냐 이 말이여. 안 보고, 모르는디 그 글자들을 어떻게 만들 수 있었겠어. 안보

      고는 만들 수가 없어. 안그려?"

       "..............."

 

      나는 우연히 엿듣게 된 말에서 탁!하고 무릎을 쳤다. 아! 사람의 공통된 힘이 여기 있구나. 귀신이라는 것을 보고 귀

      자나 신자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인지한다.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이치가 있기에 진리가 있고   진리라

      는 글자가 만들어지고 하늘 , 땅, 여자, 남자,꽃 ,경전.... 이 무수한 말들이 존재함으로써 부여된 이름인 것이 아닌가.

      그러나 눈으로 보이는 것들은 믿으면서도 추상적인 것을 믿지 못하는 것은 왠지 복잡한 논리의 미로를 만들어 스스

      로 출구를 못찾는 것과 다를바 없다. 꽃은 있다고 말하면서 귀신은 말해지면서도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한다. 그러나

      그 어르신은 진솔한 관찰과 믿음으로 모든 생명은 죽고 죽은 후 영혼이 존재한다는 것초차 말이 아닌 가슴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지극한 이치는 알지 못하고 '틀린다''맞는다' 하고 다투는 중에 세월이 가고 생각의 물결을 재우려 부질

      없이 소란만 피운다고 한 선인의 말이 와 닿은 것이었다. 나는 그 평상의 대화 속에서 무릎을 칠 만한 소식을 깨우친

      것이다.

 

     유마경에 이와 비슷한 비유가 있다. 만약 눈이 나쁜 어떤 사람이 있어 해와 달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그것이 해와 달

     의 잘못이겠느냐 하는 말이다. 그 때 사리불은 그것이 해와 달의 허물이 아니라 눈이 나쁜 사람의 허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중생이 부처님의 정토를 보지 못함도  그와 같다고 말씀하셨다.

     이처럼 진리가 있으되 진리를 못보는 것, 그것은 진리의 진위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 생각의 허물이다. 

     귀신이나 영혼, 존재를 따라다니는 업도 마찬가지다.우리는 수없는 행위의 과보들을 눈으로 보면서도 그것이 업이라는

     사슬에 의한 것임을 믿지 않으려 한다.

 

 

     왕은 물었다.

     "나가세나 존자여, 불제자들은  '지옥불은 자연의 불보다 훨씬 더 강하다. 자연의 불 속에 던져진 조약돌은 하룻 동안

     태워도 녹지 않지만 지옥불 속에서는 큰 집 한채 만한 바위라도 순식간에 녹여버린다.'고 말합니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또 한편 당신들은 '지옥에 태어난 생명체는 수십만년 동안 지옥불에 타더러도 녹아 없어지는 일은 없다.'고 말합니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존자는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암상어와 암악어와 암거북이와 암공작과 암비둘기들은 단단한 돌이나 자갈이나

     모래를 먹습니까?

     "존자여,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그 돌이나 자갈이나 모래는 뱃속에 들어가면 녹아버립니까?"

     "그렇습니다. 녹여버립니다."

     "그렇다면 뱃 속에 든 그들의 태아도 녹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왜 녹지 않습니까?"

     "존자여, 업의 계약에 의해 녹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대왕이시여,마찬가지로 지옥에 태어나는 생명체는 수천년 동안 지옥 속에 있어도 숙업의 계약에 의해 녹지 않습니다. 

     지옥에 있는 생명체는 거기에서 태어나 거기에서 성장하고 또 거기에서 죽습니다.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그들은 악업

     이 소멸될 때까지는 죽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것을 믿는 다는 것에는 어떠한 행위가 내포되어 있다. 그것은  '마음먹음과 형성한'이다. 즉 업이라는 말을 받아

     들이고 믿는 것은 업의 과보를 제대로 알고 바른 업을 짓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이며, 그러한 마음먹음은 곧 선한 행위

     를 형성하고 선한 행위의 과보를 형성하는 것이다.

     물질 세계에서 우리의 알음알이는 스스로의 논리적 함정에 빠져 진정 보고 믿어야 할 것은 믿거나 보지 못하고 보이는

     것에만 열중하다가 결국 헛된 것에 발목이 잡힌다. 현대와 같은 물질문명의 시대, 황금만능주의 시대의 황폐해져 가는

     인간성이 바로 그러한 사례의 뚜렷한 징표이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