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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3. 얼씨구나! 절씨구나!

벌거벗은주지스님

by 자수향 2009. 5. 1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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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꼭지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모두 꿈 속의 일이로다.

                       북망산 아래

                       누가 너이고 누가 나인가.

                                                                                        --------경허 성우

 

       가족간에도 종교가 달라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있다.

     부모의 죽음을 당하면 종교가 다른 자식들이 각자 믿는 종교의 의례대로 부모의 잘례를 치르겠다고 싸우기도

     한다. 비단 장례문제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념에 대해 서로가 지나치게 우위적인 생각을 내기 때문에 결국 다

     툼으로 이어지게 된다.

     하루는 우리 절 신도 분의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상을 치르고 절에 나온 신도가 장례를

     치르면서 목사와 벌인 언쟁에 대해 이야기 한다.

     생전에 시어머니는 기독교인이었다. 가족들은 어머니의 뜻에 거스르지 않는 마음에서 기독교식의 장례를 치

     르기로 했다. 평소 시어머니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과 신자들이 함께 와서 장례를 도우고 예배를 보았다. 며

     느리는 그저 마음 속으로 평안한 마음으로 좋은 곳으로 가시기만을 바라면서 기도하고 있었다.

     장례식이 끝나고 산을 내려오는 중에 목사가 고인의 며느리에게 다가와 말했다.

    "생전에 시어머님도 교회에 다니셨으니 며느님도 교회에 다니셔야죠. 예수님 믿고 다녀야 천당가고 구원 받습

     니다." 

    "예" 신도는 점잖게 대답했다.

     목사는 이야기를 이어가며 며느리에게 계속해서 권유하는 것이었다.

    "시어머님은 예수 믿고 마음의 구원을 받아 천당 가 있는데 자손들이 예수님 안믿고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

     면 시어머님께서 얼마나 가슴이 아프시겠어요?"

     며느리는 그 말에도 그저 침묵만 지켰다. 어차피 신앙 차이에서 오는 언쟁이니 좁처럼 좁혀질 이야기가 아니

     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자 또 다시 목사가 답답한 듯 말했다.

    "교회에는 스님하다가 목사된 이가 많습니다."

     신도는 여기까지 단숨에 이야기를 잇는 참이었다. 그 말까지 들었을 때 내가 물었다.

     "보살림! 그래서 뭐라고 대답하셨어요? 절에도 목사하다 스님이 된 분들이 많아요 라고 대답하셨죠?"

     이렇게 말하니 신도가 놀라는 눈을 하며 어떻게 아셨느냐고 되묻는다. 주위에 있는 보살님들이 한바탕 웃는다.

     "보살님 나 같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 얼씨구나~! 절씨구나~!"

 

     그리고는 박수를 크게 한번 '짝'하고 쳤다. 이 모습을 본 신도들이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모르지만

     또 한바탕 웃는다.

     " 내가 왜 손뼉을 친 것 같습니까?"

     "...................."

     "이 손뼉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

     어른이나 어린아이나 종교 이야기만 나오면 서로 투덕 투덕 싸운다. 서로 자신이 믿는 종교만 최고라는 것

     이다. '  모두가 자신의 종교가 진짜라고 우긴다면 우기는 사람이 많은 종교, 즉 신도수가 많은 종교의 진리

     가 진짜라고 볼 수 잇을 것인가. 매년 그 수치가 바뀐다면 하면 한 해는 불교, 한 해는 기독교로 진리가 바뀌

     고, 세계적으로 보아서는 기독교가 제일 많다고 하니 기독교가 절대적인 진리인가? 또 가족들이 모두 각자

     마음 속의 천당과 극락을 진짜라고 하면 큰아들 때문에 천당 갔다가 작은 아들  때문에 극락가고 하는 것인

     가 그 말이다.

     아니다. 종교의 가르침은 죽음 저 뒤편에 있는  관념적인 천당과 지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이 

     삶 속에서 바른 사고와 바른 행위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종교인은 그 가르침은 보지 못하고 불교의

     전통적인 역사 ,교단, 교세를 보고, 기독교의 전통, 이슬람의 전통을 보고 믿는 것이 보통이다.

     "얼씨구나! 절씨구나! 지화자 좋다. 천덩과 극락이 함께하니 참으로 좋을씨구, 목사가 스님되고 스님이 목사

     되니 참으로 좋을씨구 사상과 이념과 관념이 무너지고 참으로 좋을 씨고, 얼씨구나 절씨구나 지화자 좋다."

     이렇게 노래하며 어깨춤에 박수를 친 것이다. 종교의 전통을 보지 않고 그 가르침을 직접 믿으니 얼마나 지혜

     로운 일인가. 그 정통의 가르침에는 반목과 싸움과 대립과 충돌이 그 어디에도 없다.

 

     게송에서 말하듯 시시비비는 모두 인간들의 꿈 속 일과 같다. 꿈꾸고 난 후 그 꿈 속의 일이 아무리 아타까워

     도 실체는 없는 환상일 뿐이다. 또 죽어 이 세상을 하직한 사람이 볼 때 내 종교, 남의 종교를 가리는 시비는

     그저 허수아비들의 춤추기와 같은 일 아니겠는가.

     무엇이든 바로 보아야 한다. 단지 바라만 보아야 할 일이다.

 

 

                                                온갖 겉모양은

                                                모두가 허망한 것이니

                                                모양이 모양이 아닌 줄 알면

                                                바로 여래를 보리라.

                                                                                   ----------- 금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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