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꼭지
한 바다에 고기떼들 노닐지만 고기마다 각각의 바다가 있다. 바다는 전혀 분별심을 내지 않듯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 또한 이와 같다. -----------청매 인오
게송에서 바다는 우주이고 이 세계이며 물고기는 우리들 자신을 비유한 말이다. 이 우주의 생명체들은 모두 자신의 존재대로 우주를 받아 들이므로 우주는 사람들의 마음의 크기나 형태 만큼 크기도 하고 작 기도 하고 또 예쁘기도 하고 밉기더 한다. 이 우주 속에서 식물들은 계절에 따라 모습을 달리 한다. 곰이 겨울 잠을 자고 사자가 먹이감을 사냥하 며, 인간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사고로 살아간다. 그들이 이 세계를 인식하는 것, 그것은 바로 각자의 본 성과 사고 방식의 모습에 있다. 곰은 곰의 인식, 식물은 식물의 인식,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 안에[서 세 상을 본다. 이 모든 존재들의 인식이 다 다르니 이 세계는 너무나 많이 존재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우주는 각자 자 신의 세계를 소유한 모든 생명들을 다 포함하고 있다. 실상은 하나지만 각자 그 모습을 나름대로 그리고 있고, 사실 그러한 인식 존재가 없으면 우주 또한 존재하지 않기에 불교에서는 '一卽多 多卽一'의 진리 를 말하는 것이다. 즉 하나 속에 우주의 전체가 들어가고 전체가 곧 하나라는 ,어찌보면 모순적이지만 가장 보편적인 가르침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사람들 마음 속에는 이 세계가 온통 자신만을 위해 돌고, 돌아주기를 착각하고 바라는 때가 있다. 기복적인 신앙의 언저리에는 이러한 지극히 소아적인 사고방식이 깔려 있 다. 내가 어려움에 처해 드리는 기도는 내가 원하는 것은 소유해야 하며, 나와 내 가족에게는 복덕과 행 복, 원만한 성취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종교인들은 종교와 기도에 대해 이런 소박한 보상 심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열심히 기도했는데도 기도가 이루워지지않거나 그것에도 불구하고 재앙이 닥쳐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느 신도가 내게 달려와서 뾰루퉁한 얼굴로 뭔가 따질 듯이 물었다. "스님, 우리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어요.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요? 저는 매릴 부처님전에 공양도 올리고 기도도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우리 아들이 사고를 당한 것은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중략> "그것은 또한 얼마나 다행한 일입니까, 바라볼 수 잇는 얼굴이 있어 좋고 먹을 수 있는 입이 있어서 좋 은 일이죠." "그럼 죽으면 어떻게 되는데요?" "보살님 그것 또한 행복한 일입니다. 이 험한 세상 살아가기가 어디 만만하던가요. 우리가 오래 살면서 어두운 소견으로 선행을 쌓기 보다 더욱 많은 죄업을 지을게 아닙니까. 그러니 많은 죄업을 쌓고 지옥 에 가는 것보다 좋은 극락세계로 가게 되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아들이 다쳐 낙심천만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올리 기도의 공덕이 어디있냐고 원망을 늘어놓는 보살에 게 내가 꼬박꼬박 해 준 말대답이다. 우리의 부모들은 자식의 일이라면 뭐든지 주저하지 않는다. 함께 입시기도를 한 사람들 중, 누구 자식 은 떡하니 붙고 누구 자식은 떨어진 것을 보면서도 해마다 대입고사를 볼 때는 시험이 치러지는 날까 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삼천배를 한다. 자신의 힘든 기도에도 떨어지면 그것은 기도에 아무 공덕 이 없다고 원망하고 합격하기라도 하면 기도의 힘이 위대하다고들 한다. 우리는 복과 덕이 내게 항상 따라다니기를 바라기 때문에 기도를 한다. 그러나 이것들 또한 이루어지 기도 하고 이루어지지 않기도 한다. 그렇다면 기도의 공덕은 고무줄과 같은 성향을 가진 것인가. 늘었다 줄엇다 하고, 투전판에서 투전을 하듯 누구에게는 운이 따르고 누구에게는 운이 따르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기도한 사람의 노력이 적 고 큰 차이에 따라 그렇게 된 것인가. 여러 의문이 일어나는 이 문제에도 분명 답은 하나다. 보살림의 원망하는 마음이 정당하다면 기도 공덕이라는 것은 거짓이 되고 기도 공덕이라는 말이 이 보 살님의 생각과는 다른 것이라고 한다면 보살님의 기도에 대한 생각이 잘못된 것이다. 경전에서의 공덕은 다음과 같은 곳에서도 알 수 있다. ' 탐욕을 제거하면 다음과 같은 공덕을 얻는다.' ' 오직 법을 실천하고 널리 펴면 신통을 얻고 열반을 얻으리라.' ' 괴로움은 잘못된 생각에서 온다.'
이것을 분석해 보면 <A가 있으면 B가 있고 A를 실천하면 B를 얻고, 모든 괴로움이 A를 모르느 데서부 터 온다.> A는 진리이고 B는 공덕을 나타낸다. 상식적으로 보아도 기도의 공덕은 A,즉 가르침에 대한 바른 실천이 바탕이 되어야 이룩되고 얻어지는 과보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현세적 이익에만 급급하고 나와 내 가족이라는 이기적인 테두리를 한 발자국도 벗 어나지 못한다. 그러면서 원하는 것은 너무 많다. 그것 때문에 '불보살의 가피력을 빌어 재앙을 없애고 복을 비는 것'으로 상투화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바른 기도란 자신이 큰 서원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 고 그것을 성취한 후 그 뒤에서 알게 모르게 작용된 많은 것들을 위해 공덕을 회향하는 것이다. 광덕 큰 스님은 기도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기도란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 그 가르침을 믿고 본래 완전한 진리의 공덕이 자신과 환경에 나타나게 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가피의 문제는 공덕과는 조금 다른 문제이다. 이제부터는 그간 알고 잇었던 기도 공덕에 대한 생각을 뒤집어 생각할 줄도 알아야 한다. 내가 먼저 세상에 대해 자비스러운 마음을 내고 공덕을 쌓아야 한다. 무형의 것이든 유형의 것이든 남 에게 항상 베풀어 주는 보시를 통해 선업을 쌓아 가면서 간절한 것에 대한 긍정적인 의지를 키워가는 것, 이것이 바로 기도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이 기도의 인연은 언젠가는 때에 맞춰 꽃을 피울 것이 며, 그것이 기도임을 알 때 부처님의 가피라는 큰 힘을 느낄 수 있다.
" 탐욕을 내지 않음으로써 열 가지 공덕을 얻나니, 첫째 몸에 결함이 없음이요, 둘째 입의 업이 청정함 이요, 셋째 뜻이 산란하지 않음이요, 넷째 훌륭한 과보를 얻음이요, 다섯째 큰 부귀를 얻음이요, 여섯 째 뭇 사람이 즐거이 봄이요, 일곱째 얻은 과보를 권속이 파괴할 수 없음이요, 여덟째 항상 현명한 사 람과 서로 만남이요, 아홉째 법성을 여의지 않음이요, 열째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남에 착한 갈래에 태어남이라. 이것을 이르되 탐욕을 내지 않음으로써 열가지 공덕을 얻음이라 하느니라." --------방등경 월장분
|
어느 맹인의 기도 어느 어머니의 기도
Ⅱ-7 마음을 비웠다는 거짓말 (0) | 2009.05.25 |
---|---|
Ⅱ-6. 올해의 고추농사 (0) | 2009.05.23 |
Ⅱ-4 낮도깨비 ♧ (0) | 2009.05.19 |
Ⅱ-3. 얼씨구나! 절씨구나! (0) | 2009.05.18 |
Ⅱ-2. 마음먹음과 형성함 (0) | 2009.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