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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2. 욕망의 다이어트

벌거벗은주지스님

by 자수향 2009. 6. 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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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꼭지

 

 

 

 

어찌하여 아침시름이 저녁으로 이어지는가.

젊어서 공부 안하면 부끄러우리

여룡은 밝은 구슬을 아끼지 않거늘

지금 사람들은 그것을 구할 줄 모르네

                                        --------용아선사

 

 

     쇠로 황금을 만들고 불로장생의 약을 만드는 재주가 있음을 자랑하던 사람이 선사에게 찾아와 물었다.

     "좁쌀 한 알 속에 세계를 갈무리하고 반 되짜리 솥 안에 산천을 삶으니 이 무슨 이치인지 한 번 말해 보시오"

     자신의 재주를 자랑하는 말을 빗대어 물은 말에 선사가 대꾸했다.

     "시체나 지키는 귀신이구나."

     그 사람이 약이올라 다시 자신의 재주를 들먹였다.

     "주머니 속에 장생불사하는 약이 있다면 어쩌겠소?"

     이에 선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갈했다.

     "설령 팔만겁을 산다해도 결국에는 허무 속에 떨어질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인천보감』에서 전해오는 선가의 오래된 일화이다. 이 대화 속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육체

     에 집착하는 우리의 어리석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인간은 몸을 부여받아 생을 부여 받는 순간부터 육신에 큰 정성을 들인다.다칠까, 아플까, 힘들까, 살이 찔까,

     늙을까.... 그러면서 요즘엔 수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 전쟁을 치르고 있다. 건강을 위해, 더러는 멋있게 보이

     기 위해 설사약이나 마약까지 먹어대는 것이 요즘 사람들의 다이어트 실태이다. 그렇게 다이어트를 열망하면

     서도 그 본질을 모르고 있는 듯이 보여 나는 참 이상한 생각이 든다.

     얼마전 신도들이 모여 다이어트에 관해 이야기 하는 소리를 듣고 내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다이어트 하는 아주 좋은 방법을 알려 줄까요?"

     무슨 좋은 방법일까 모두 솔깃하여 나를 바라본다.

     "왜 살 찝니까?"

     "그거야 많이 먹으니까 살찌죠...."

     "그렇죠? 바로 많이 먹으니까 살찌는 거예요. 그러면 많이 안 먹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이렇게 말하니 김이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는다.

     "그럼 지금까지 많이 먹어서 붙은 살은 어떻게 빼죠"

     "그거야 운동을 해서 빼죠"

     "예, 바로 그거예요 그렇게 잘 아시면서 왜 못 뺍니까?"

     "아이 그거야~ 그렇게 생각만큼 쉬운가요, 먹을 걸 두고 어떻게 안 먹겠어요. 또 운동하는거 그거 오랫동안

     꾸준히 하는게 참 힘들어요."

     "그렇죠, 그럼 다이어트를 하려면 어떤 것을 먼저 제어해야 합니까?"

     "............."

     "잘 들어 보세요. 사람은 누구든지 먹으면 배설해야 하는 것이 이치입니다. 지식도 마찬가지로 많이 가지고

     있으면 써 먹어야 소용됩니다. 무엇이든 가득차면 바로 내어 놓아야 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그런데 너무 많이

     적체 시키고 내어 놓는 양은 적고 그 이유로 살이 찌는 거 아닙니까. 버리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마음을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

     몸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한다. 이것이 가지고 싶다 하면 그것을 가지려 손을 뻗치고  이것을 먹지 말자

     하면 그 곳으로 손을 가져가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이 잘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항상 마음과 몸이 따로 따

     로 가르침과 행동이 따로 따로 ,받은 교육과 사회가 따로 따로이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지 않고 항상 쉽고 달콤한 것에만 욕심을 두면서 그것이 잘 안된다고 허둥댄다. 새

     롭고 신기한 것에는 금방 혹 하면서 진실한 가르침은 상투적이라 싫다고 하는 것이 마음이다. 그렇게 우리가

     팔만겁을 살았다 하자. 그 팔만 겁동안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팔만겁 동안 살았다 한들 허무의 심연에 떨어

     질 뿐이라고 큰 소리를 내질렀던 선사의 뜻은 이러한 미망을 경계함에 다름 아닌 것이다.

     우리는 실상 사는 동안 육체의 다이어트가 아니라 욕망의 다이어트에 신경써야 한다. 몸에 덕지 덕지 붙은 군

     살들이 쏙 빠지면 보기 좋고 움직이기 좋고 건강에도 좋듯이 욕망에 붙은 허욕덩어리들을 줄이면 몸의 균형

     은 자연히 따라온다. 이것이 욕망의 다이어트다.

     허망한 과욕을 삼가려 노력하는 것, 얻은 것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내어 놓는 것, 많이 얻으면 많이 내

     어 놓는 것, 자신의 육체를 자신의 마음으로 제어할 수 있는 것, 자신의 욕망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다치거

     나 상처 받지는 않을까 살피는 것, 그것이 욕망의 다이어트이다.

     그리고 그것을 훈련에 의해 점차적으로 습관들여 가는 것에 의해 체득될 수 있다. 그러기에 절집에서는 어디

     를 가나 받아 지녀 실천해야 하는 경문이 쓰여 있다. 버리는 연습은 화장실에서도 행해진다. 스님들이 해우소

     라 부르는 화장실에는 다음과 같은 진언이 새겨져 있다. 이 진언을 입측오주라 한다.

 

      입칙진언: 버리고 또 버리니 기쁨이 있네. 탐진치 삼독도 이같이 버려 한 순간의 죄악도 없게 하리라.

                    (옴 하로다야  사바하)

 

     세정진언: 비우고 맑힘은 최상의 행복. 꿈같은 세상을 바로 보는 길, 원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이웃들

                   청정한 저 국토에 어서 가소서.(옴 하나마리제 사바하)

 

     세수진언: 무서운 불길은 물로 꺼진다. 타는 눈 타는 귀 타는 이 마음, 맑고도 시원한 부처님 감로 화택을

                   여의는 오직 한 방편(옴 주가라야 사바하)

 

     거예진언: 더러움 씻어내듯 번뇌도 씻자. 이 마음 맑아지니 평화로움 뿐. 한 티끌 더러움도 없는 저 세상.

                   이 생을 살아가는 한 가지 소원(옴 시리예 바헤 사바하)

 

   무병수진언: 갓 핀 한 송이 연꽃이련가. 해뜨는 창해의 호흡을 본다. 몸과 손을 씻은 이 물마저도

                    유리계 흐르는 청정수 되라.(옴 정체헤체 사바하)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시대, 모든 것이 돈으로 물질로 대체되는 사회. 이 속에서 사문이 옛날의 가르침대로

     욕망의 완전한 제어, 완전한 제거,완전한 통제 즉 무소유를 말한다면 아무도 그 말을 믿거나 따르지 않을 것

     이다. 그러기에 현대에 맞게 표현한 것이다.

     즉 강력한 표현으로 맛있는 것을 먹지 말라는 금식의 말이 아니라 마음을 가득 메운 욕망을 모두 없애라는 금

     욕이 아니라 욕망의 조절, 넘치는 것의 조절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이 욕망의 다이어트이다.

     .....(중략).....비우고 맑히라는 성인의 가르침.  가르침을 따르다 보면 항상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그러한 의식이 몸에 배면 자연히 우리 몸 뿐 아니라 가정, 사회, 국가, 세계, 우주의 질서에도 건강한 균형

     을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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