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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축특집/나눔바자회 연 행복한이주민센터

호법 그리고 포교

by 자수향 2010. 6. 7.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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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축특집/나눔바자회 연 행복한이주민센터

불기2554년 부처님오신날 특별기획 ‘소통세상’

 
 
 
 
지난 9일 경기도 오산역 광장 앞에서 열린 이주민 후원바자회에 참석한 이주노동자가 연꽃그리기를 체험하고 있다.
 
 
정신적 안정 및 행복 추구 등 전통적인 종교의 역할을 넘어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사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등 과거에 비해 종교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제기되면서 불교계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끊임없이 대중과의 소통을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4대강 사업 저지 활동과 이주민 지원 현장을 찾아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불교계의 모습을 살펴봤다.
 
 
나눔바자회 연 행복한이주민센터 
 
“이주민 아니라 ‘주민’입니다”
 
 
지난 9일 이주민을 돕기 위한 후원바자회가 열린 경기도 오산역 광장 앞은 흥겨움이 가득했다. 휴일을 맞아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부터 친구들과 함께 온 청소년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과 다문화가정 참가자들까지 1500여 명이 넘는 지역 주민들이 이날 하루 지구촌 이웃으로 하나가 되어 축제를 즐겼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오산 행복한이주민센터(상임대표 정호스님, 오산 대각사 주지)가 주최하고 오산시불교사암연합회와 오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아름다운 나눔’을 주제로 우리 사회의 일원인 이주민들에게 문화 체험의 장을 제공하고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산 대각사 신도들과 포교사들, 자원봉사자까지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행사를 도왔다. 행사를 후원하는 단체들만 20여 곳으로 각계각층에서 온정과 관심을 나타냈다. 바자회를 통해 마련한 수익금은 향후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보육원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의형제 맺고 이주민 편견 깨
 
2007년 문 연 이후 20여개 단체가 후원 및 참여
 
‘아름다운 나눔’ 주제로 문화 공유하고 온정 나눠
 
 
행복한이주민센터가 바자회를 개최한 것은 지난 2007년부터다. 처음 바자회를 이후 지역 사회의 반응이 좋아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행사를 열게 됐다. 단지 후원받은 물품들을 필요한 이들에게 판매하는 것을 넘어, 해마다 늘고 있는 다문화가정과 이주민들을 더 이상 수혜의 대상이 아닌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바라보자는 취지에서다. 더불어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그들의 문화를 함께 나누고 공유함으로써 서로 화합하고 소통하려는 생각도 담겨 있었다. 특히 올해부터는 바자회와 함께 이주민을 위한 문화축제 형식으로 행사를 마련해 이주민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함께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문화행사의 테마도 편견을 극복하고 서로에 대해 알아보자는 생각에서 ‘지피지기(知彼知己) 한마당’ 축제로 정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바자회를 비롯해 탁본인경, 연꽃접기, 다도, 기왓장 문양그리기 체험 등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마당과 컵등만들기, 합장주 만들기, 다양한 간식거리가 마련된 먹거리 나눔장터 등이 펼쳐졌다. 이와 함께 평소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이주민을 위해 내과, 안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치과, 한방과 등 무료 건강검진도 진행됐다. 행사장 한 쪽에서는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해 이ㆍ미용 서비스가 제공돼 큰 호응을 얻었으며, 해외 송금이나 통장개설, 체크카드 발급 서비스 등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은행 부스도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어린이들도 자원 절약을 실천하고 공동체의식을 체험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 학용품이나 장난감을 들고 직접 ‘아나바다 장터’에 참가했다.
 
스리랑카에서 온 이주노동자 니샤(29세) 씨는 “오늘 새벽까지 일을 했는데 행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쉬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참석하게 됐다”면서 “평소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 병원에 가기가 어려웠는데 무료로 치과 진료도 받고 행사도 다양해 즐겁다”고 말했다.
 
각국의 문화를 선보이는 ‘지피지기 한마당’ 축제가 펼쳐지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경기도 국립국악원의 민요 및 사물놀이 공연을 시작으로 막을 연 축제는 중국, 베트남에서 온 다문화가정 참가자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공연을 선보이자 절정에 달했다.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내며 공연에 호응했다.
 
이어 열린 다문화가정 자녀들과 한국인 자녀의 의형제 서약식. 정호스님의 증명 하에 어린이들은 “우리는 정답고 의좋은 형제가 되겠습니다. 우리는 사랑하고 아껴주겠습니다. 우리는 서로 의지하고 돕겠습니다”는 내용의 서약을 많은 지역 주민들 앞에서 다짐했다. 서약식에 참석한 아이들은 김태영ㆍ민호영, 이명준ㆍ김현기, 박서현ㆍ지세희, 이기용ㆍ정민호, 정다은ㆍ신은아 어린이 등 5쌍. 어린이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하며 형제가 됐다. 서로가 마음의 벽을 허물고 사회적 편견을 넘어서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오산 행복한이주민센터 상임대표 정호스님은 “우리 사회에서 이주민들은 차별받고 소외되는 경향이 많은데, 이번 바자회가 이주민과 지역 주민들이 소통하고 이주민에 대한 편견을 허물어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지역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만큼 앞으로 다문화박람회와 같은 축제를 더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산=엄태규 기자 che1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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