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 실천
(1) 착한 벗
"비구들이여, 너희는 아침에 해가 뜨는 모양을 잘 알고 있으리라.
해가 나올 때가 되면 동쪽 하늘이 밝아지고, 그 다음에 빛이 눈부시게
발산되면서 해가 솟는다. 즉 동녘 하늘이 밝아짐은 해가 뜰 선구요 전조이다.
비구들이여, 그것과 마찬가지로 너희가 성스러운 팔정도를 일으키는 데도
그 선구가 있고 전조가 있나니, 그것은 착한 벗과 사귐이니라.
비구들이여, 그렇기에 착한 벗을 가지고 있는 비구라면, 그가 마침내
성스러운 팔정도를 배우고 익혀서 그 공을 쌓게 되리라는 것을 기대할 수 있느니라."
( [상응부경전] 45:49 善友 )
이 아함부 경전 중에는 이렇게 착함 벗에 대해 말한 경이 여러개가 보인다. 또 하나 들어 본다면, 붓다는 더 간명 솔직하게 이렇게 설한 적도 있다. 이것은 상응부 경전에 보이는 역시 '선우'라는 경의 첫머리에 나오는 글이다.
"비구들이여, 여기에 한 법이 있나니, 성스러운 팔정도를 일으킴에 이로움이 많도다.
그 한 법이란 무엇인가? 그는 착한 벗이니라. 비구들이여, 착한 벗을 가진 비구는 성스러운
팔정도를 배우고 익혀서 그 공을 쌓게 될 것이 기대되느니라."
나는 스스로 불민함을 고백하는 것으로 이 글을 쓰기 시작해야겠다. 나는 이런 경들을 가볍게 읽고 오랫동안 그 속에 숨어 있는 깊은 뜻에 생각이 못 미쳤기 때문이다. 언젠가 시세로의 『우정에 대해서』를 읽다가 갑자기 깨달은 바가 있어서, 그로부터 나는 '착한 벗'에 대해 말하는 이런 경전들의 뜻을 어느 정도라도 이해하게 되었던 것이다. 시세로(키케로, Cicero, Marcus Tullius,B.C106~43)는 로마의 철학자로서 기원전 2세기에서 기원전1세기 사이에 생존했던 사람이다. 그의 조그마한 저서 『우정에 대해서』는 그리스나 로마에서의 아리따운 우정의 실례를 많이 들고, 또 우정에 최고의 찬사를 바친 책이다. 이를테면
"벗은 눈앞에 있지 않을 때도 거기 있으며, 가난해도 풍족하고, 허약해도 건강하며, 또 한결 말로 나타내기 어렵거니와, 죽었다 해도 살아 있는 것과 같다."는 따위의 표현이 그 전권을 채우고 있다. 그런데 나는 그러한 우정의 실례와 그것에 대한 찬사를 읽다가 뜻하지도 않은 사실에 눈을 뜨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을 나는 이제 '우정의 역사'라고 부르고자 한다. 우정이 인류의 역사 속에서 맡아 온 구실이라는 정도의 뜻이다.
대체 인류의 세계에서 우정이라는 덕목이 생겨난 것은 언제부터일까? 나는 우정에 대한 새 사실에 눈 뜨기 이전에는 지금껏 그런 일을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벗의 슬픔에 나는 울고, 내 즐거움에 벗도 춤춘다."
그것은 필시 인간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일일 것이라고 무작정 생각하고 잇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인류가 아직 부족 제도에 매여 있던 시대에는 혈연에 의한 연결이 전부여서 우정이 생겨날 여지는 없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설사 있었다고 해도 인류의 역사 속에서 큰 구실을 담당했으리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면 우정이라는, 혈연과 관계없는 인간적 결합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언제였을까?
그것은 대개 기원 전 6~5세기 무렵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플라톤(Platon B.C,427~347)이 그『대화편』에서 화려한 말로 우정에 대해 이야기 했던 것도 그때였으며, "한 명의 진정한 벗은 만 명의 친척보다 소중하다."고 그리스인 사이에 인식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그리고 시세로가 그리스와 로마의 아리따운 우정에 대해 기록하여 그것에 최고의 찬사를 바친 것도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세기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리고 이런 일이 그리스나 로마에서만 일어났던 것은 아니다. 그와는 멀리 떨어진 극동에서도 저 공자가
"벗이 있어 먼 데로부터 오니, 또한 즐겁지 않은가!" 라는 말을 『논어』에 담긴 것도 역시 그 무렵이었다. 그리고 이제 붓다가 '착한 벗'에 대해 힘을 주어 비구들에게 설한 것도 역시 같은 세기에 일어났던 일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생각이 미쳤을 때, 나는 무엇인가 느끼는 바가 있어서 '착한 벗'에 관해 실린 경들을 다시 주의하여 가며 읽어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랫더니 거기에서는 이제껏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새로운 뜻이 뒤를이어 끊임없이 샘솟아 나왔다. 이 '착한 벗'에 관계되는 경들에는 내게는 그런 추억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째서 이 시기에 이르러 우정이라는 덕목이 갑자기 그 모습을 나타내게 된 것일까? 그 이유를 캐기란 나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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