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외도 중에는 '아계(啞戒)'라고 하여 무언의 행을 닦는 것도 있었지만 인간이 언어를 전혀 안 쓰면서 공동생활을 한다는 것은 짐승이 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인간은 도리어 그 생각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이런 생각에서 붓다는 우안거를 맺음하는 행사로서 이 자자의 의식을 정했다고 한다.
그 의식은 대체로 이렇게 진행되었다. 그 날은 마침 7월 14일이나 15일에 해당하므로 해가 넘어가면 곧 보름달이 떴다. 그 때는 나이든 비구나 새로 입교한 비구나, 모두 마당에 내려가서 쭈그리고 빙둘러 앉았다. 그러면 한 비구가 일어나 개식 선언을 하였다.
" 대중들이여, 들으시라. 오늘은 자자가 있는 날, 만약 대중에게
이의가 없다면 교단은 자자를 베풀려 하오."
이리하여 의식이 시작되면, 먼저 장로부터 시작하여 교대로 모든 비구가 다 합장한 손을 높이 쳐들면서 동료비구들을 향해 간청하는 것이다. 내가 지난 안거에서 무슨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가? 만약 여러분 중에서 그런 일을 보았거나 들었거나 또는 의심을 품은 분이 계시다면, 부디 나를 위해 그것을 말해 달라. 경전은 그것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나는 교만에 대해 자자를 행하노니, 나에 대해 무엇을 보고 무엇인가 듣고
또는 나에게 의심을 지니신 분이 있다면, 대덕들이여 나를 가엽이 여기어
그를 말씀해 주소서. 죄를 알면 그를 제거하오리다."
붓다가 합장한 손을 높이 쳐들고 비구들 앞에서 자자의 말씀을 외자, 업숙한 침묵이 장내를 뒤덮혔다. 침묵은 그 청정을 긍정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침묵만으로 대하기에는 너무나 감격이 벅찼던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오른 어깨에 걸치고 붓다 앞에 고개 숙여 엎드린 비구가 있었다. 그는 사리푸타였다.
"아니오이다, 세존이시여. 누구도 세존의 행위와
언어에서 비난할 점을 발견한 이는 없나이다."
다음은 사리푸타의 차례였다. 그도 또한 합장한 손을 높이 쳐들면서 감동에 떨리는 목소리로 자자의 발언을 욌다. 다시 한 번 엄숙한 침묵이 그의 청정을 증명해 주었다. 그때 이번에는 붓다가 일어나서 그의 언행에 찬사를 보냈다. 이렇게 하여 오백명이나 되는 비구들이 차례차례 자자를 행했으나, 그 날 밤 누구 한 사람 비난의 말을 들어야 했던 사람은 없었다.
그때 반기사라는 비구가 감동에 찬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붓다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재가 시절 시짓는 데 뛰어난 솜씨를 보였던 사람이거니와, 오늘 저녁도 자자의 정경을 목격하고 갑자기 시상이 가슴속에 떠오름을 억제하기 어려웠던 것이리라. 붓다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 반기사여, 그것을 여기서 발표하려무나."
반기사가 그 날 밤 감동에 겨워 노래했던 8구의 게는 이렇게 기록되어 지금까지 전해 온다.
보름이라 달 밝은데, 신,구,의 맑히려고
오백 넘은 비구들은 여기에 모였으니
번뇌의 올가미를 모두다 벗어 던져
윤회를 반복 않는 성자들 뿐이로다.
세존의 아들이요, 법의 씨 그들이매
당찮은 말 늘어놓는 사람이란 없어라.
갈애의 그 화살을 빼어 버린 우리가
아으, 세존 우러러서 예하여 뵈옵노라.
이런데서 우리는 붓다와 그 제자들의 일상 생활, 즉 원시 불교 교단의 생생한 모습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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