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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깨우침-1. 밤 마실과 오뎅국

벌거벗은주지스님

by 자수향 2009. 5. 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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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우침

  한 꼭지.

 

 

 

 

       사람이 현명한 이를 가까이 하는 것은

     좋은 향기를 가까이 하는 것과 같다.

     지혜를 구하고 좋은 것을 익히다 보면

     맑고 향기로운 행동이 저절로 몸에 밴다.

 

                                                           - 법구경

 

 부처님께서 길을 가다가 종이 하나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 그것은 무엇에 쓰던 종이라고 생각하느냐?"

     " 향 냄새가 나는 것은 보니 향을 쌌던 종이입니다."

 다시 길을 가다가 땅에 새끼줄 토막이 떨어진 것을 보고 집으라 하고 물었다.

     " 그것은 무엇에 쓰이던 새끼줄이라고 생각하느냐?"

     " 생선 비린내가 나는 것을  보니 생선을 꿰었던 새끼줄 같습니다."

     "....."

 

 부처님의 이 가르침은 모든 존재가 원래는 깨끗한 것이나 가까이 하는 것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비유로서 깨닫게

 하신 말씀이다.

 많은 생명체 중에 인간만큼 가소성(可塑性)이 큰 것은 없다고 한다. 인간의 가소성, 이는 인간이 후천적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지는 성질이 있음을 뜻하는 말이다. 인간을 둘러 싼 자연 환경, 인간관계의 환경, 내가 좋아해서 항상

 가까이 하는 기호적인 것들은 모두 환경에 속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가 누릴 수 있는 주변의 환경은 좋은 것으로

 선택하려 하면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환경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무심하다.

 그러면 나는 과연 다른 존재들에게 어떤 환경이 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생각을 했을 때 한가지 깨달음이 있었

 다. 그 때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흔히 스님들에게 가장 좋은 시절- 강원 초년 시절 -대부분의 스님들이 혈기 왕성한 나이다 보니 여러가지 호기심과

 장난기가 많이 발동한다. 산문 밖으로는 나갈 수가 없고 내전 이외에는 잡지나 소설, 텔레비젼과 같이 여가를 보낼

 만한 다른 소일거리가 없다. 곽 짜인 일정표 속에서 행동해야 하므로 답답함을 느낀 때도 더러 있다.

 이런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짓궂은 몇몇 스님들은 소등한 후 삼십분이 지나면 슬그머니 일어나 밤마실을 나가기도

 한다. 물론 이 일은 큰 모험이 아닐 수 없다. 계율을 어기고 대중의 규율을 잘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만일 어른 스님

 들이 알아버리는 날에는 강원에서 쫒겨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일인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님들이 이 위험천

 만한 일을  한번쯤은 꼭 경험해 본 일이기도 하다.

 

 조심 조심 숲길로 내려가 들르는 곳은 기껏해야 이킬로 남짓 거리에 있는 초가집, 나이 많은 할머니가 양은솥에 오

 뎅도 끓여 팔고 계란도 쪄서 판다.

 스님들은 그것에서 오뎅, 오뎅국물, 찐 계란을 사 먹는다. 그것이 꼭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저 아이들 같은 호기심

 과 모험심에서 비롯된 장난기였던 것이다. 자리에 앉지도 않고 서서 얼른 오뎅국과 찐 계란을 먹고는 절로 들어가기

  전에 단단히 할머니께 부탁을 한다.

 " 보살님 절에 있는 다른 스님들한테는 우리 여기 왔다고 절대 얘기 하지 마세요."

 " 아이고 시님들 걱정하지 마이소. 아무 걱정들 하지 말고 어서 올라 가시소. 올라 갈 때 밤 길 조심들 하시소."

 할머니의 입을 단단히 조심시키고 다시 돌아오는 일, 그것이 위험하게 산길을 내려가 행한 밤마실의 전부이다.

 이일을 누가 본 것이 아니라면 같이 마실 다녀온 스님들만이 아는 일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공양이 끝나 대중공사 시간이었다. 대중공사라는 것은 다 모인 자리에서 공지사항을 전달하거

 나 대중의 공의를 거칠 일이 있을 때 회의를 통해 일을 처리한다. 참회할 일이 있는 스님은 여러 대중 앞에서 이 때

 참회를 하게 된다. 그날 따라 총무스님의 표정이 무겁고 엄숙했다.

 " 요즘 학인 스님들 중에는 공부에 전념 안하고 마실을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각별히 조심하십시오."

 "....."

 " 어른 스님들은 참 귀신같이 잘도 아신다."....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그런데 며칠 후에야 그 의문이 풀렸다.

 어느 날 함께 생활하는 대중 방에서 전에 나지 않던 이상한 냄새가 번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주위에 있던 스님

 의 몸에서도 평소 나지 않던 냄새가 배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게 무슨 냄새일까 했더니 그것은 바로 내가 일전에 밤

 마실 갔을 때 먹었던 오뎅국과 찐계란의 냄새였다.

 내가 먹었을 때는 몰랐는데 남이 마실을 다녀와 풍기는 그 고약한 냄새가 온 방에 물씬 물씬 풍겨져 나오는 것이 아

 닌가. 그때서야 무릎을 탁 쳤다. 어른 스님들이 어떻게 밤마실 다녀온 비밀스런 소행을 알아냈는지를, 부처님께서

 향 싼 종이에서는 향냄새가 나고 생선을 묶었던 새끼줄에서 비린내가 난다고 하신 말씀의 참 뜻을...... 그리고 무엇

 보다 마음 좋은 도반들이 참고 견디며 말을 하지 않았던 너그러움에 대해서는 무안감과 미안함이 함께 밀려왔다.

 우스운 이야기 같지만 스님들의 방귀 냄새나 대변의 냄새도 그리 고약하지 않다. 그러나 육류와 같은 단백질을 먹은

 방귀와 대변은 냄새가 지독하다. 그래서 겉은 재래식 화장실이지만 마을집과 절집의 화장실은 냄새가 많이 다르다.

 

 이것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눈,귀,코, 혀,,몸,의식의 육근(六根)에 다 해당된다. 배설물의 냄새

 에도 그 사람이 먹은 것이 다 드러나는데 하물며 생각하고 행한 것이야 더욱 더 뚜렷하지 않겠는가. 행동했던 결과

 는 언젠가는 그대로 드러나고야 만다는 말이다.

 내가 몰래 갔다 왓다고 생각한 밤마실은 다른 스님들의 호기심까지도 자극해서 그 스님들까지도 유혹하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환경이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서로 서로의 환경이 된다.

      내가 남들에게 맑은  향을 주는 환경인가,

      비린내를 주는 환경인가를 살펴보자. 나쁜 환경이라면 스스로 깨닫고

      고쳐야 한다.또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비린내가 나는지 그것도

      살펴보자. 만약 그들에게서 독하고 역한 향이 난다면 나의 맑은 향기로

      그것을 유화시키고 희석시키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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