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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2. 훌륭한 보시

벌거벗은주지스님

by 자수향 2009. 5. 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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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꼭지

 

 

 

           

           

               자비로운 마음은 관세음보살이요

               보시하는 마음은 대세지보살이다.

            성내는 그 마음이 지옥이요.

            욕심 내는 마음은 아귀니라.

                                                                       - 법구경

 

     내 체격은 다른 사람에 비해 좀 큰 편이다. 절에 들어온지 몇년 되지 않았을 때, 옷이라도 지어 입으라고

    보살림들이 시주를 하면 시주 받는 것이 왠지 부끄럽다는 생각에 늘 거절하였다. 그러다 보니  얻어 입은

    승복은 모두 팔과 다리가 짧거나 낡고 헐은 옷이 대부분이었다. 항상 그 모습으로  다녔지만 전혀 부끄럽

    지 않았다.

      어느 추운 겨울 날이었다. 낡은 검정 고무신에 꿰매 신은 양말, 내복도 입지 않은 채 깁고 또 기워 허름

     한 옷에 모자를 눌러 쓰고 부산 온천동 고속버스터미날에서 서울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에다

     한 보따리의 책과 발우, 가사, 장삼등 잔뜩 구겨 넣은 낡은 걸망이 무겁게 어깨를 짓눌렀다. 모두 욕심덩

     어리에 불과 한 그것들이 그 때는 내가 가진 것의 전부였다. 

     명색이 생사를 초탈하려는 승려가 추위에 떠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그 때의 소견으로는 무척이나 부

     끄럽게 여겨졌다. 지금 생각하니 그 안추운 척, 떨지 않으려 하는 꼴이 주위 사람들에게 더 웃꽝스럽게

     보였을 것이다. 그 때 누군가 계속해서 나를 응시하는 사람이 있었다. 주변을 둘러 보니 아이를 업은 젊

     은 새댁이 한 쪽에 서서 나를 힐끔 힐끔 쳐다 보는 것이었다.

     내 행색이 우스워서 시선이 나에게 머무나 보다 하고 불쾌한 생각이 들 때 버스가 들어 왔고 내가 막 타

     려는 참이었다.

     "  스님예 ~ "

      그녀가 내게 다가와 내 손에 무엇인가를 꼭 집어 주었다. 그리고는 바로 돌아서서 걸어가는 그녀의 얼

     굴이 붉어지는 것이 보였다.  나는 한 마디도 못하고 사람들에 밀려 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출발하고 나서 그녀가 쥐어 준 것이 뭘까 하고 손을 펴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꼬깃

     꼬깃한 삼천원.....

      나는 서울을 경유해서 오대산 월정사로 가야 했고  내 수중에는 서울에 도착해 진부까지 갈 차비도 없

     었다. 어찌 어찌되겠지 하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려던 참이었는데..... 꼬깃꼬깃한 삼천원은 이십여년

     전에는 큰 돈이었다. 일면식도 없던 수행자에게 주저주저 하며 건넨 수줍은 그녀의 보시....... 그 보시

     는 참으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아이를 업은 그녀 또한 넉넉지 않아 보였기에 그 돈이 주는 의미

     는 매우 컸다. 그 때 그 돈이 현실적으로 요긴했기에 고마웠을 수 있었겠지만 현실적 필요함을 넘어서

     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음을 느꼈던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보시의 공덕이 한량없이 크다고 하였다. 제자들에게 자주 '항아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모

     래가 있는데 그 모래의 수를 다 헤아릴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제자는 헤아릴 수 없다고 말했고 부처님

     께서는 보시의 공덕도 이와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금강경에 이르는 길 '물질로서 보시하는 공덕은

     항아의 모래 수 만큼 많다'고 하였다. 그리고 금강경의 한 구절이라도 남에게 가르쳐 준 공덕은 물질을

     보시한 공덕과는 비교할 수 없는 최상의 공덕이라 하였다.

 

     당장에 불질이 필요한 이에게는 물질의 보시가 요긴하겠지만, 어리석은 이에게는 깨지지 않는 견고한

     가르침이 담긴 지혜를 하나라도 일러주는 공덕이 더 크다는 뜻이다. 사문은 물질적인 보시를 받아 수행

     을 하고, 그 수행력으로 지혜로운 부처님의 말씀 한 구절이라도 중생들에게 일러주는 것을 업으로 삼는

     다. 그것이야말로 참다운 시주의 은혜에 보답함이다.보시와 보시의 가르침은 인간과 살아 있는 모든 생

     명체에게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보시는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의 마음이 함께

     부드러워지고 온화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서 보시라는 다리나 배를 도구를 통해 윤회의 바다를 건너 

     피안으로 건너 간다고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만일 선남자 선녀인이 재물로써 보시하고자 할

                              때는 다음과 같이 해야만 큰 공덕을 얻는다."고 말씀하셨다.

                              "때를 맞추어 보시하고 때 아닌 때 보시하지 말라.

                          선하고 청결한 것으로 보시하고 더러운 것으로는 보시하지 말라.

                          서원을 세워 보시하되 거만하거나 방자하지 말라.

                          부담없이 보시하되 그 과보를 기대하지 말라.

                          시하여 열반을 얻을 것이지 천상에 나기를 바라지 말라.

                          거룩한 복전에 보시할 것이지 어리석은 복전에 보시하지 말라.

                          중생에 회향하는 마음으로 보시할 것이지 나만을 위해 보시하지 말라."

 

                                                                                                                     -- 증일아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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