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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10대제자-랏다빨라

불교란 무엇인가요/불교입문

by 자수향 2008. 12. 18.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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랏타빨라

믿음으로 출가한 존자 가운데 ‘으뜸’



랏타빨라 존자는 꾸루족의 도시 툴라꼿티따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 출신이다. 세존께서 어느 날 이 도시에 도착하시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인사를 드리고 안부를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진리에 관한 담론으로 이 도시의 바라문 장자들을 훈계하고 격려하고 기쁘게 해주셨다. 그때 그 자리에 훌륭한 가문의 아들인 랏타빨라가 함께 참석하여 설법을 들었다.

동참한 많은 대중들은 법회가 끝났을 때 환희심과 기쁨을 얻고 돌아갔다. 그러나 랏타빨라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니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 것이다. 왜냐하면 세존의 가르침을 알면 알수록 재가에 살면서 원만하고 청정한 삶을 살기가 쉽지 않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를 입고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자 세존께 청하였다.

이에 세존께서는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하려면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랏타빨라는 집으로 가서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자 하였으나 오히려 부모님들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혔다. 존자의 부모는 다음과 같이 출가하려는 자식을 말렸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우리에게 사랑스럽고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너는 안락하게 살고 안락하게 성장했다. 너는 어떠한 괴로움도 모른다. 사랑하는 랏타빨라야, 먹고 마시고 놀고 감각적인 쾌락을 향수하고 공덕을 쌓으며 즐겨라. 우리는 네가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네가 죽었다고 해도 우리는 너 없이 지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하물며 살아 있는 네가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하는 것을 허락하겠는가?”

 

지역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 출신

진리에 대한 설법듣고 발심일으켜


아들이 두 번 세 번 허락을 요구했지만 부모님은 끝까지 반대하였다. 그러자 랏타빨라는 땅바닥에 누워 “여기서 제가 죽던가 아니면 출가할 것입니다”라고 하면서 단식투쟁에 돌입하였다.

그의 부모님은 여러 차례 아들의 마음을 돌리려고 설득하였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러자 아들의 친구들을 불러와서 설득해보도록 요청하였다. 그러나 랏타빨라는 침묵으로 대응하면서 출가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의 부모님들은 할 수 없이 ‘출가한 뒤에 반드시 집을 찾아올 것’을 조건으로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세존께서는 부모님의 동의를 얻은 랏타빨라의 출가를 허락하고 구족계를 주셨다. 구족계를 받고나자 존자는 부모님과의 약속을 떠올렸다. 그리고 얼마후 세존께서 기원정사에 머물고 계실 때 존자는 허락을 얻어 속가를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어느 날 아침 툴라꼿티따에 도착한 존자는 차례로 걸식을 하면서 자신의 옛집을 찾았다. 그러나 수염을 깎고 있던 아버지는 아들을 몰라보고 오히려 꾸짖어 쫓아버리려고 하였다.

그 때 하녀가 지난 밤 먹다 남은 죽을 버리려고 했다. 존자 랏타빨라는 “자매여, 버려야 할 것이라면 여기 나의 발우에 부어주시오”라고 청하였다.

죽을 부어주던 하녀는 음성과 손발의 모양을 보고 걸식을 하는 존자를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존자의 부모에게 알렸다.

소식을 듣고 찾아온 부모들은 존자의 환속을 권유하였으나 존자는 부모와 처자들을 제도한 뒤에 기원정사로 돌아왔다. 이 이야기를 들으신 세존께서는 “랏타빨라는 믿음으로 출가한 자들 중 으뜸”이라고 존자를 칭찬했다.

김응철 / 논설위원ㆍ중앙승가대 교수


[불교신문 2421호/ 4월26일자]

 

 

 

 

랏타빨라 ②


꼬라비야 왕을 부처님께 귀의시키다



랏타빨라 존자가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을 때 꾸루족은 ‘꼬라비야’라는 왕이 통치하고 있었다. 꼬라비야왕은 랏타빨라 존자가 가까운 숲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궁금한 점을 묻기 위하여 스스로 찾아갔다. <맛지마 니까야(중아함경)>에서는 다음과 같은 두 사람의 문답이 기록되어 있다.

“존자 랏타빨라여, 이 세상의 어떤 사람은 늙음으로 인한 쇠망, 질병으로 인한 쇠망, 재산으로 인한 쇠망, 친족으로 인한 쇠망 등 네 가지 쇠망을 겪었기 때문에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를 입고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합니다. 존자께서는 무엇을 알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었기에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했습니까?”

“대왕이여, 아는 님, 보는 님, 거룩한 님,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님인 세존께서는 네 가지 진리에 대한 가르침을 설하셨습니다. 저는 그것을 알고, 보고, 들었기에 출가했습니다. 그 네 가지 가르침은 ‘첫째, 이 세상은 불안정하여 사라진다. 둘째, 이 세상은 피난처가 없고 보호자가 없다. 셋째, 이 세상은 나의 것이 없고 모든 것은 버려져야 한다. 넷째, 이 세상은 불완전하며 불만족스럽고 갈애의 노예상태다’ 라는 것입니다.”

 

대화로 4가지 진리 설파

경이심과 환희심 일으켜


“존자 랏타빨라여, 그렇다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네 가지 가르침의 뜻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대왕이여, ‘이 세상은 불안정하여 사라진다’는 가르침은 ‘대왕이 과거에 신체가 건강하고, 코끼리와 말과 수레와 칼을 잘 다루고, 전쟁을 잘 수행하였으나 지금은 그렇지 못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늙고, 노쇠하고, 고령이 되고 많은 세월이 지나가면 모두가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에 ‘이 세상은 불안정하여 사라진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대왕이여, ‘이 세상은 피난처가 없고 보호자가 없다’는 가르침은 ‘대왕이 앓고 있는 질병의 고통은 친구, 친지, 친척 등 누구라도 나누어가질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 고통은 스스로 감수해야 할 뿐입니다. ‘이 세상은 나의 것이 없고 모든 것은 버려져야 한다’는 가르침은 ‘이 세상에서 즐기는 오욕락과 모든 재산들은 저 세상으로 가져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왕이 죽으면 재산은 모두 다른 사람의 차지가 되고 반면에 스스로 지은 행위대로 갈 길을 가게 됩니다. ‘이 세상은 불완전하고 불만족스럽고 갈애의 노예상태이다’라는 가르침은 대왕의 정복욕이 끝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끝없는 갈망과 애착의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

꼬라비야 왕은 랏타빨라 존자와 대화를 나눈 뒤에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놀라움과 경이로움, 그리고 환희심을 경험하게 되었다. 또한 왕은 부처님을 “아는 님, 보는 님, 거룩한 님, 원만히 깨달은 님”으로 받아들이고 귀의하였다.

랏타빨라 존자는 “생명체로 태어난 어떤 존재도 생로병사의 고통을 피할 수 없고, 보호받을 수 있는 피난처도 없으며, 어떤 재산도 지켜질 수 없으면서도 끝없는 욕심에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고, 보고 들었다. 그래서 존자는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

“나는 거룩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성실과 자비로 성취하였나니 내 인생의 모든 무거운 짐을 벗고 생사의 굴레를 넘어 자유의 기쁨을 얻었다.” 포교의 성과는 ‘진실로 참된 자유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불자들이 많아지는 것’임을 사부대중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응철 / 논설위원.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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