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라비야 왕을 부처님께 귀의시키다
랏타빨라 존자가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을 때 꾸루족은 ‘꼬라비야’라는 왕이 통치하고 있었다. 꼬라비야왕은 랏타빨라 존자가 가까운 숲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궁금한 점을 묻기 위하여 스스로 찾아갔다. <맛지마 니까야(중아함경)>에서는 다음과 같은 두 사람의 문답이 기록되어 있다.
“존자 랏타빨라여, 이 세상의 어떤 사람은 늙음으로 인한 쇠망, 질병으로 인한 쇠망, 재산으로 인한 쇠망, 친족으로 인한 쇠망 등 네 가지 쇠망을 겪었기 때문에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를 입고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합니다. 존자께서는 무엇을 알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었기에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했습니까?”
“대왕이여, 아는 님, 보는 님, 거룩한 님,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님인 세존께서는 네 가지 진리에 대한 가르침을 설하셨습니다. 저는 그것을 알고, 보고, 들었기에 출가했습니다. 그 네 가지 가르침은 ‘첫째, 이 세상은 불안정하여 사라진다. 둘째, 이 세상은 피난처가 없고 보호자가 없다. 셋째, 이 세상은 나의 것이 없고 모든 것은 버려져야 한다. 넷째, 이 세상은 불완전하며 불만족스럽고 갈애의 노예상태다’ 라는 것입니다.”
대화로 4가지 진리 설파
경이심과 환희심 일으켜
“존자 랏타빨라여, 그렇다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네 가지 가르침의 뜻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대왕이여, ‘이 세상은 불안정하여 사라진다’는 가르침은 ‘대왕이 과거에 신체가 건강하고, 코끼리와 말과 수레와 칼을 잘 다루고, 전쟁을 잘 수행하였으나 지금은 그렇지 못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늙고, 노쇠하고, 고령이 되고 많은 세월이 지나가면 모두가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에 ‘이 세상은 불안정하여 사라진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대왕이여, ‘이 세상은 피난처가 없고 보호자가 없다’는 가르침은 ‘대왕이 앓고 있는 질병의 고통은 친구, 친지, 친척 등 누구라도 나누어가질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 고통은 스스로 감수해야 할 뿐입니다. ‘이 세상은 나의 것이 없고 모든 것은 버려져야 한다’는 가르침은 ‘이 세상에서 즐기는 오욕락과 모든 재산들은 저 세상으로 가져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왕이 죽으면 재산은 모두 다른 사람의 차지가 되고 반면에 스스로 지은 행위대로 갈 길을 가게 됩니다. ‘이 세상은 불완전하고 불만족스럽고 갈애의 노예상태이다’라는 가르침은 대왕의 정복욕이 끝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끝없는 갈망과 애착의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
꼬라비야 왕은 랏타빨라 존자와 대화를 나눈 뒤에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놀라움과 경이로움, 그리고 환희심을 경험하게 되었다. 또한 왕은 부처님을 “아는 님, 보는 님, 거룩한 님, 원만히 깨달은 님”으로 받아들이고 귀의하였다.
랏타빨라 존자는 “생명체로 태어난 어떤 존재도 생로병사의 고통을 피할 수 없고, 보호받을 수 있는 피난처도 없으며, 어떤 재산도 지켜질 수 없으면서도 끝없는 욕심에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고, 보고 들었다. 그래서 존자는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
“나는 거룩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성실과 자비로 성취하였나니 내 인생의 모든 무거운 짐을 벗고 생사의 굴레를 넘어 자유의 기쁨을 얻었다.” 포교의 성과는 ‘진실로 참된 자유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불자들이 많아지는 것’임을 사부대중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응철 / 논설위원.중앙승가대 교수